정부가 22일 올 추경 예산안을 발표했다. 추경 11조원에 공기업 투자확대와 기금운용계획 자체변경, 정책금융 등을 포함해 총 28조원 이상의 재정보강 패키지를 하반기에 시행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패키지 시행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0.2~0.3%포인트 높아지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경우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은 2.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추경안은 분기별 0%대 저성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와 구조조정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진 데 따른 조치다. 우선 1조9,000억 원을 구조조정 지원용으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 출자하고, 중소 조선업 지원을 위해 관용선 61척을 발주하는 데 쓴다. 또 1조9,000억원은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실업이 발생하는 경남 울산 전남 등의 근로자에 대한 고용유지 및 전직 훈련, 실직자 긴급복지 등에 투입된다. 아울러 구조조정 지역 등의 경제 활성화에 2조3,000억원을 별도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번 추경안은 규모와 내용에서 전반적 경기 활성화를 노린 승부수라기보다 구조조정 파장을 완화하는 데 급급한 매우 소극적이고 어중간한 수준이다. 규모가 11조원이라지만, 지방 재정보강 3조7,000억원과 국가 채무 상환 1조2,000억원은 각각 세수 증가나 세계잉여금이 발생할 경우 국가재정법 등에 따라 자동 편성토록 돼 있는 법정예산이다. 그러니 실제 적극적 추경규모는 6조원 내외에 불과한 셈이다. 또 6조원 중에서도 직접사업비는 거의 없어 서민경제에 돈이 풀리는 효과는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미적지근한 추경으로 어떻게 경기 활성화를 자극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고 답답하다.
어정쩡한 추경안의 배경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더 이상의 적자재정을 용납하지 않는 여론과 증세는 안 된다는 정권의 입장이 맞물려 재원 마련 방안이 없었다. 또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 따라 보다 과감한 추경안을 편성할 경우 구조조정 과정 등에 대한 야권의 예상되는 공세를 의식한 결과이기도 하다.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는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추경을 무엇 때문에 하려고 하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의심할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해도, 아무런 정책 의지도 보이지 않는 면피용 추경, 절체절명의 경제 불확실성을 헤쳐 나갈 적극적 정책을 보여 주는 대신 정부 스스로를 묶어 버린 추경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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