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세 미혼 여성. 대학 졸업 후에도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18년째. 지금까지 애인 없음. 개장 초기부터 스마일마트 역전점에서 일을 계속하고, 매일 바뀌는 손님을 맞는다. 점장이 바뀐 게 8번째다. 매일 편의점 음식을 먹고, 꿈속에서도 편의점 계산기를 두드린다. 깨끗한 편의점 풍경과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가 매일 편안한 잠을 가져다 준다. 직장과 가정이 있는 동창생들이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완벽한 매뉴얼이 있는 편의점이, 나를 이 세계의 정상적인 ‘부품’이 되게 한다.”
▦ 소설 ‘편의점 인간’의 내용이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순수문학상인 아쿠타가와(芥川)상을 편의점의 일상을 묘사한 소설로 수상한 게 흥미롭다. 수상 발표날까지 편의점에서 일했던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ㆍ37)가 쓴 이 작품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독신 여성의 이야기를 자전적으로 다룬다. 주인공은 그 나이가 되도록 사회를 겉돌며 정규직으로 취직하지 못하고 알바생으로 살아간다. 이런 생활에 익숙해진 주인공은 취직해서 가정을 꾸리는 ‘보통’ 사람의 삶을 강요하는 사회 풍조를 오히려 재치 있게 풍자한다.
▦ 이제 도시에서는 구멍가게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 동네 구멍가게들이 프랜차이즈 편의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알바생을 흔히 만날 수 있다. 한국일보가 20일 자에 보도한 ‘무엇이 알바를 힘들게 하는가’라는 제목의 기획 기사가 심금을 울린다. 알바생은 자신을 편순이ㆍ편돌이로 폄하하고, 알바하는 것을 ‘대학생이 천민신분으로 돌아가는 시간’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이라고 불쾌해 한다. 돈을 아끼려고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으며, ‘진상 고객’에게 시달리는 알바생의 일상이 안타깝다.
▦ 언제부턴가 편의점은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을 연상시키는 억눌린 일터로 인식돼 왔다. 햄버거 가게나 카페 등 젊은 알바생이 일하는 곳은 다 그럴 게다. 청년들이 분노를 삭이며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스스로를 몇 년씩 가둬 두는 답답한 공간의 상징이 편의점이다. 골백번 원서를 써도 정규직으로 취직이 되지 않고, 겨우 최저임금만 받으며 젊은 날의 영혼과 육체를 이 공간에서 소모한다. 북한이 노예국가(slave state)라지만, 우리는 이미 개ㆍ돼지나 사는 헬조선(hell state)이라 하지 않던가.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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