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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나는 로맨스! 너는 불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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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나는 로맨스! 너는 불륜?’

입력
2016.07.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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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아이/ ** 텍사스, 12일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모튼 H.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열린 피격 사망 경찰관 5명 추도식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Y2016071301066] <YONHAP PHOTO-0570>
포토아이/ ** 텍사스, 12일 조지 W 부시 미국 전 대통령 부부가 모튼 H.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열린 피격 사망 경찰관 5명 추도식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Y2016071301066] <YONHAP PHOTO-0570>

기자는 이 글을 미 공화당의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전당 대회가 열리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옛날 대통령 얘기를 할 생각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다.

2008년 퇴임 직전 전례 없는 금융위기를 초래했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역대 최초로 경영대학원(MBA)이 최종 학력. 그래서일까. 그는 기자가 30년전 대학에 다닐 때 배운 ‘조직행위론’ 내용을 떠올리게 했다. ‘조직행위론’은 회사 내부에서 타인의 심리와 행동을 편견 없이 이해하고 올바른 행동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실용적 학문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12일 텍사스 주 댈러스 총격으로 숨진 경찰관 추모 행사에서 미국 사회 단합을 강조하는 감동적 연설을 했다. 당시에도 일부 소개됐지만 내용은 이랬다.

“종종 분열의 힘이 단합의 힘보다 강한 것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논쟁이 너무 쉽게 감정 대립으로 변합니다. 의견 불일치가 갑자기 서로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단계로 넘어가곤 합니다. 요즘 우리는 최악 실패를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나의 행동은 선량한 의도로 설명합니다. 이런 것들이 우리 사회의 연대감과 공동체 목표에 대한 신뢰를 갉아 먹고 있습니다.”

청중의 박수를 받은 이 대목은 해롤드 H. 켈리의 ‘귀인(歸因)이론’과 관계가 깊다. 2003년 사망한 이 걸출한 심리학자에 따르면 타인의 행동 원인, 즉 스스로의 의지와 결정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외부요인 때문인지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합의성 ▦일관성 ▦특이성의 세가지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특이성’은 특정 행위가 그 사람의 평소 행태와 얼마나 다른지를 가리킨다. 특이성이 높으면 원인을 외부로, 낮으면 내부로 돌릴 수 있다. ‘합의성’은 같은 상황에서 그 사람 이외 다른 이들도 비슷한 행동을 했는지 여부와 관계된다. 이 수준이 높으면 행동의 원인을 외부로, 낮으면 내부로 돌릴 수 있다. 마지막이 ‘일관성’이다. 이전에도 그 사람이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한 경우가 많다면 내적 원인으로, 드물었다면 외부 원인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예컨대 게으르다는 평판을 받는(낮은 특이성) B씨가 지각을 했는데 동료 가운데 늦은 이가 한 명도 없다면 그가 욕을 먹지만, 성실한 A씨가 늦었는데 다른 이들도 그랬다면 교통체증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려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똑같은 강의를 듣고도 주식 투자의 성공과 실패가 엇갈리듯이, 사람들은 타인 평가에서 오류를 저지른다. ‘행위자ㆍ관찰자 편견’이라고도 불리는데 내가 얻은 나쁜 결과는 외부 탓으로, 타인에 대해서는 그 사람 탓으로 돌린다. 거꾸로 성공하면 내 실력 때문이고, 다른 사람은 운이 좋아서다.

부시 전 대통령이 미국 상황을 개탄했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판을 친다. 특이성ㆍ합의성ㆍ일관성으로 따지지 않고,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의도로 상대방을 재단한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고위 공직자의 처신, 공항 입지ㆍ기업 합병승인 결정 등에서 정부가 아무리 설명을 해도 곳곳에서 트집과 반박이 나온다. 해당 사안들이 그 자체로 얼마나 특이한지, 전문가들의 일치된 합의 여부, 과거 혹은 외국의 비슷한 결정에 대한 검토는 없다. 정부를 반박하는 논리들이 서로 상충하고, 목소리 큰 주장이 걸러지는 대신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은 “불신ㆍ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의 공유 가치를 떠올리자”고 호소했다. 한국 역시 공유 가치를 확인하는 게 해법일 텐데, 우리끼리 치고 받는 동안 그런 가치가 남아 있는지 걱정이다. 조철환ㆍ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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