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개국 대사, 기업 직원들 몰려
대외정책 인맥 접촉, 정보 수집
“장벽 대신 다리 건설하라” 시위도
연설문 표절, 경쟁 후보의 승복 거부 등 유례없이 분열적이던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가 폐막일인 21일 겨우 안정을 찾았다. 사소한 소동은 계속됐지만, 미국의 잠재적 차기 정권관계자들과의 안면을 트기 위해 워싱턴 주재 각국 대사들이 이날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에 몰려들어 외교전을 펼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안호영 한국 주미 대사 등 70여개국 대사가 수행원을 이끌고 전당대회 기간 중 클리블랜드를 방문, 트럼프 정권의 대외정책 인맥과의 접촉 및 정보 수집에 나섰다. 또 현대ㆍ기아차 등 미국에서 사업을 전개하는 주요 다국적 기업에서도 직원을 파견, 공화당 정권이 들어설 경우의 정책 변화 가능성을 모색했다.
물론 이날 행사가 완벽하게 진행되지는 않았다. 미국의 반전 시민단체 중 하나인 ‘코드 핑크’의 메디아 벤자민 회장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후보 수락연설 도중, “장벽 대신 다리를 건설하라”는 플래카드를 펼치며 같은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 후보의 연설이 잠시 중단됐으나, 청중들이 ‘유에스에이’, “유에스에이’를 외치며 분위기를 잡는 한편 행사 진행요원이 순식간에 벤자민 회장을 제압하고 끌어내 큰 소동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한편 이번 전당대회의 유일한 한국계 연사로 나선 리사 신(48) 박사는 그의 부모님이 한국에서 건너와 이룬 ‘아메리칸 드림’을 언급한 뒤 트럼프 후보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신 박사는 “40여년 전 한국에서 건너온 부모님은 미국 시민이 돼 민주주의에 참여하고 아메리칸드림을 이룰 수 있는 예외적이며 관대한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우리 부모와 할아버지들이 우리를 위해 꿈꾸었던 아메리칸드림을 지켜줄 유일한 대통령 후보가 있으며, 그가 트럼프”라고 강조했다.
신 박사는 트럼프의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신랄하게 비판했다. “클린턴은 아메리칸드림에 직접적 위협이며, 그의 주장은 미국 경제에 완전히 파괴적”이라고 말했다. 또 “그의 위험한 사상은 우리 민주주의와 자유를 침해하며, 클린턴은 사기와 부패, 정실 인사, 철저한 능력부족 등 잘못된 모든 시스템을 대표한다”고 덧붙였다.
1세대 한국인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미국에서 태어난 신 박사가 이번 전당대회에 연사로 초청된 것은 공화당의 다양성과 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평가 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클리블랜드=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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