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전 종목 출전 금지 여부가 하계올림픽 4회 연속 종합 순위 10위 이상의 성적을 노리는 한국에도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은 러시아가 리우 올림픽에 불참할 경우 리듬체조와 레슬링, 여자배구 등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조사 결과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비롯한 주요 국제 대회에서 국가 차원의 조직적인 도핑(금지약물 복용)을 한 것으로 드러나 올림픽 퇴출 압박을 받고 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22개로 종합 4위에 오른 스포츠 강국 러시아가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경우 메달 순위표는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가 불참할 경우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을 선수로는 리듬체조의 손연재(22ㆍ연세대)가 꼽힌다. 현실적인 목표가 올림픽 동메달이었던 손연재는 금메달까지 꿈꿀 수 있게 된다.
리듬체조는 세계선수권 3연패에 빛나는 야나 쿠드랍체바를 비롯해 마르가리타 마문, 알렉산드라 솔다토바까지 세계 랭킹 1~3위가 모두 러시아 선수다. 쿠드랍체바와 마문은 국가당 최대 2명만 출전할 수 있는 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전에서 금, 은메달을 예약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차원이 다른 기량을 뽐낸다. 이들이 빠질 경우 세계 랭킹 5위 손연재는 4위 간나 리자트디노바(우크라이나), 6위 멜리티나 스타뉴타(벨라루스)와 함께 금메달을 다툴 기회를 잡게 된다.
레슬링도 금메달 가능성이 더 커진다. 런던 올림픽에서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을 딴 김현우(28ㆍ삼성생명)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체급을 올려 75㎏급 런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러시아의 로반 블라소프와 맞붙기 때문이다. 김현우는 블라소프와 역대 전적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러시아와 같은 A조에 속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러시아가 빠져 다른 팀으로 대체되거나 아예 A조가 기존 6팀에서 5팀으로 줄어들면 메달권에 더 수월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여자 핸드볼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한국은 리우 올림픽 조별리그 1차전에서 러시아와 대결이 잡혀 있다. 러시아의 불참 확정 시 한국은 핸드볼 강국 러시아를 피하고 ‘우생순’ 신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태권도 종주국의 에이스 이대훈(24ㆍ한국가스공사)의 메달 전망도 밝아졌다. 남자 태권도 68㎏급에 출전하는 이대훈은 대진상 결승에서 만날 것으로 예상되는 알렉세이 데니셴코(러시아)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런던 올림픽 4강에서 이대훈에게 무릎을 꿇었던 데니셴코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에 이어 같은 해 9월 세계태권도연맹(WTF) 월드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 준결승에서는 이대훈을 7-5로 누르고 결승에 올라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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