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숙련 인력 2만6000명엔
전직 훈련ㆍ해외 취업 등 알선
국립박물관ㆍ미술관 인력 확충
365일 휴관 없이 운영키로
국민 실생활 관련은 3조원뿐
전문가들 “체감 효과 미지수”

정부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발표하면서 ‘구조조정ㆍ일자리 추경’이라는 족쇄를 채웠다. 추경마다 단골로 들어가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마저 완전히 배제하고 가용 재원을 최대한 구조조정과 일자리에 집중시켰다. 추경이 각종 민원사업 종합선물센트가 되고 정치권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는 등의 논란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조선 일자리 대책이 핵심
추경 편성이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둔화를 떠받치기 위해 시작된 만큼 이번 추경의 핵심은 조선업 일자리 대책이다. 정부는 조선업의 경우 근로자의 숙련도에 따라 ▦핵심인력 ▦숙련인력 ▦비숙련인력으로 나눠 맞춤형 일자리 대책을 제공하기로 했다. 구조조정 대상 4만9,000명 중 우선 핵심인력 1만명에 대해 조선업체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제공하고 사업장 재배치 훈련을 시켜, 회사에 계속 남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숙련인력 2,400여명에 대해서는 습득한 기술을 다른 직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선 관련 업종에 이직을 지원해 준다. 비숙련인력 2만6,000여명에게는 전직 훈련을 제공하거나 해외취업, 귀농ㆍ귀어, 장년인턴 등의 활로를 뚫어 주기로 했다.
조선업 밀집지역인 부산 울산 거제 창원 목포 군산 등 6개 광역ㆍ기초자치단체에는 지역별 한시적 일자리 9,000개가 마련된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사람 등을 ▦지역장터 일손 지원 ▦관광업 지원 ▦마을 가꾸기 ▦숲ㆍ공원 가꾸기 등에 투입한다. 이와 별도로 6개 지역 주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직업훈련이 실시된다. ▦원자력ㆍ화력발전 재취업 ▦농업기술교육 ▦창업교육 ▦경영ㆍ회계사무 등의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부가 쓰는 군함ㆍ관공선ㆍ경비정 등을 연내 발주해 조선업 수요를 직접 늘리는데도 추경이 투입된다. 해수부가 어업지도선 등 29척을, 국민안전처가 해경 경비정 등 23척을 주문한다. 이밖에 방위사업청이 군함 등 4척, 환경부가 수질조사선 등 3척, 관세청이 밀수감시정 1척, 교육부가 해양교육 실습선 1척의 건조를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들 61척을 건조하는데 필요한 설계비와 착수금 등 538억원을 추경안에 책정했다.

다른 눈에 띄는 사업
청년 일자리 창출도 많은 재원(총 4,000억원)이 투입되는 추경사업이다. 가상현실(VR) 제작, 게임산업, 대중문화콘텐츠 산업 등 청년이 선호하는 3대 일자리 창출에 164억원이 지원된다. 청년 문화예술 공연(18억원), 박물관 미정리 유물등록 사업(22억원), 도서관 자료 디지털화(45억원) 등의 청년 공공 일자리도 창출된다.
미세먼지 절감 대책의 하나인 노후경유차 폐차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데도 추경이 활용된다. 2005년 말 이전에 제작된 유로3 이하 경유차 폐차 지원사업이 수도권 및 3대 광역시(부산 울산 광주)로 확대되는데, 여기에 80억원이 추가 투입(총 380억원)된다.
생활밀착형 시설을 정비하는 사업에도 1,189억원이 추가 투입된다. 안전진단 결과 D등급 이하를 받은 노후 저수지 개선 사업(351억원), 하수관거 보수(451억원), 농어촌마을 하수도 개선(115억원) 등이 그 예이다. 국립박물관과 국립미술관의 휴관일을 없애 관광객 편의를 제공하는 데에도 인건비 및 운영비 등 25억원이 지원된다. 영국과 미국의 주요 박물관처럼 우리도 국립박물관과 미술관 인력을 확충해 365일 휴관 없이 운영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효과 있을까
정부는 이번 추경안이 통과돼 적시 집행될 때 6만8,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0.1~0.2%포인트(공공기관 지출확대 포함 시 0.2~0.3%포인트) 정도 높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지방재정 보강(3조7,000억원) ▦국책은행 자본 확충(1조4,000억원) ▦국가채무 상환(1조4,000억원) ▦외국환평형기금 재원 확충(5,000억원) ▦수출보험 지원 확대(4,000억원) 등을 빼면, 중앙정부가 국민 실생활과 밀접한 개별사업에 쓸 수 있는 재원이 3조원 남짓이어서 실제 국민이 체감할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이 정도면 간단한 지출 구조변경 정도만 하는 수준”이라며 “추경이 바람직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했다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추경은 실효성이 별로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작 정부가 ‘구조조정용 추경’임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구조조정에 대응하기에도 모자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하면 실제로 이것보다 더 많은 규모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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