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 차별적 용어인 ‘Negro’와 ‘Oriental’을 사용하지 말도록 하는 연방 법안에 서명했다. 공화ㆍ민주 양당에서도 이론 없이 쉽게 통과된 배경에는 다인종 사회 미국에서 이들 용어가 불쾌하거나 경멸적 의미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동양인을 언급할 때 Oriental을 쓰는 걸 이제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사실 이보다 앞서 뉴욕주가 2009년에 사용금지 조치를 했고, 서부의 워싱턴주에서도 비슷한 시행령을 발표했었다.
Oriental이라는 용어는 아시아인 하면 열등한 존재이고, 게이샤 소녀나 거세된 남자를 연상시키는 외국인 정서를 유발시키기 때문에 사전에 나오는 대로 ‘oriental=east’라는 단순한 의미로 인식되지 않는다. Negro도 미국에서 1950, 60년대까지 광범위하게 쓰였지만 이 단어만 들어도 노예나 차별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Negro보다는 Black이나 Afro-American 표현으로 대체하도록 한 것이다.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가 최대한 보장되는 미국 사회에서 이렇게 금지된 언어가 생긴다는 것은 다소 의아한 일이지만 Speech Right는 인정하되 그 표현이 다른 사람과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 이를 금하자는 취지다. TV 등 방송에서 사용금지가 된 7개의 성적 용어 shit, piss, fuck, cunt, cocksucker, motherfucker, tits 등과는 전혀 다르게 사회적으로 예민한 용어도 좀더 무난한 용어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직장이나 신상 기록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많다. 미국의 고용평등법(Equal Employment Opportunity Law)에는 나이(age), 인종(race), 성(sex), 민족(national origin), 종교(religion)에 의한 차별을 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 심지어 면접을 볼 때 시민이 아닌 사람에게 ‘Are you a U.S. citizen?’이라고 물어서도 안 되며 대신 ‘Are you authorized to work in the United States?’처럼 간접적으로 물어야 한다. 부모의 배경이나 집에서 몇 째 자녀냐 같은 사적 질문은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 웬만한 ‘구인 광고’ 하단에 명시하고 있는 ‘Equal Opportunity of Employment(EOEㆍ우리는 고용 평등법을 준수합니다)라는 문구도 이를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다.
직장에서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직원에게 ‘당신의 모국어는 무엇인가?’는 뜻으로 ‘What is your native tongue?’보다는 ‘What language do you read, speak or write fluently?’처럼 물어야 안전하다. 어떤 택배회사에서는 건장한 청년을 심사하면서 ‘How tall are you?’ ‘How much do you weigh?’ 같은 질문을 금지시키고 그 대안으로 ‘Are you able to lift a 70-pound weight and carry it 100 yards, as that is part of the job?’처럼 물었다고 한다. 일부 단체가 임의로 정하는 ‘banned words’도 있지만 법과 규제로 금지된 용어만큼은 직장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도 사용을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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