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8월 육군에 입대한 A(68)씨는 이듬해 11월 20일부터 12월 4일까지 남방한계선 인접지역에서 근무했다. 당시 A씨는 동료들과 일반전초(GOP)와 비무장지대(DMZ) 경계근무 훈련을 위해 경계초소에서 1개 분대씩 경계 근무를 섰다. 주간에는 철책선 경계 근무와 비무장지대 수색 정찰을, 야간에는 비무장지대 적 침투 예상지역에서 매복 작전에 투입됐다.
27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1993년 제대한 A씨는 11년 만인 2004년부터 임파선 악성종양, 당뇨 피부질환, 갑상선암, 폐허혈증 등의 질환으로 고통 받았다. 2010년 12월 12일부터 2011년 5월 13일 사이에 복합 항암치료를 6차례 받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질병이 고엽제 때문이라고 생각해 후유증 환자 등록을 신청했다. 하지만 고엽제 살포작전 투입 부대와 GOP, 경계부대 기준으로 볼 때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절당하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심준보)는 22일 A씨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고엽제 살포지역 복무 사실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은 최근 비밀 해제된 주한미군 보고서에 A씨가 근무한 지역에도 고엽제가 대량 살포된 것으로 판단할 만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초목통제계획’에는 1967년 미군이 DMZ 제초작업에 맹독성 고엽제인 ‘모뉴론’을 살포토록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초목통제계획은 DMZ 지역의 초목이 야간감시장비의 효과성을 떨어뜨리고, 유엔군 전력의 움직임도 제한한다는 이유로 최적의 초목 통제 방법을 연구하고, 휴전협정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제초작업을 하기 위한 것이다.
재판부는 “1967년 미국 국무부에 의해 고엽제 살포실험이 허가된 이후 최전방부대를 중심으로 DMZ 인근에서 본격적으로 고엽제 살포실험이 시작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가 1967년 11월부터 근무했던 GOP 및 DMZ 지역에서 목책선 후방과 민통선 북방 도로 주변에 대규모 사계청소 실시과정에서 고엽제가 살포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 근거를 들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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