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조선업계의 일감이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자국 선사의 발주로 수주가뭄을 견뎌내고 있지만, 국내 선사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국은 수주잔량이 3개국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줄었다.
22일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가 발간한 ‘세계 조선소 모니터’ 7월호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수주잔량은 2,510만CGT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수주잔량의 25%에 해당하는 것이며 한국이 2004년 1월 기록한 2,417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이후 가장 작은 수치다.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년 대비 12% 하락했지만, 한국의 수주잔량은 전년 대비 20%나 줄었다.
반면 지난달 말 기준 중국과 일본의 수주잔량은 각각 3,770만CGT와 2,210만CGT로 전년 대비 11%, 14% 감소하는데 그쳤다. 중국과 일본의 시장 점유율은 수주잔량 기준으로 각각 37%와 22%로 집계됐다.
한국의 수주잔량이 가장 빠르게 줄어든 이유는 중국과 일본보다 수주 성과가 부진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적으로 발주한 신규 물량은 630만CGT(224척)로 전년 대비 66% 감소했다. 이 중 한국은 13%에 해당하는 80만CGT(27척)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이는 신규 물량의 37%를 가져간 전년 상반기 대비 88% 감소한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공기업과 자국 선사의 발주에 힘입어 한국보다 수주물량이 많았다. 중국은 올해 상반기 전 세계 발주량의 38%에 달하는 240만CGT를 수주했는데 클락슨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기업이 30척의 발레막스(Valemax)선을 발주하는 등 대규모 주문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자국 선사가 발주한 물량이 올해 신규 수주의 다수를 차지했다.
한국은 현대중공업이 지난달 SK E&S로부터 LNG선 2척을 수주한 것을 비롯해 국내 선사와 체결한 계약은 전체 계약의 29%에 불과했다.
클락슨은 한국의 수주잔량이 가장 빠르게 감소한 또 다른 이유로 국내 조선사의 인도량이 중국와 일본을 앞섰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일본보다 새로 들어오는 일감은 적은데 건조를 마친 선박은 더 많았던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올해 상반기 각각 240만CGT, 80만CGT를 인도하는 데 그쳤지만, 한국은 전 세계 인도량의 35%에 달하는 650만CGT를 인도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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