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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양보와 협력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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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수의 현대문화평설] 양보와 협력의 삶

입력
2016.07.22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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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 탓하기에 앞서 나 만의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세상은 아름다워져...

본격적인 여름철이 왔다. 그동안의 경과로 보면, 아마 올해도 이런저런 재난피해 대책을 놓고 서로 멱살잡이하는 꼴이 나타날 것이다.

생존불안 때문이 분명하다. 그래서 나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네 탓”을 들먹이며 삿대질하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싸움은 내가 살기 위한 ‘생존게임’인 셈이다.

신은 모든 생물체에 ‘생존욕구’를 부여했다고 한다. 독자 분들도 여름철 파리 모기로 스트레스를 겪어본 경험이 있겠지만, 모기 한 마리 잡으려 해도 보통 까다로운 일이 아니다.

모기소리에 신경이 거슬려 잠결에 일어나 불을 켜고 손바닥으로 탁 쳐보지만, 그 정도의 풋내기 박수 무공에 쉽게 무너질 모기가 아니다. 그놈의 순간 민첩성이 마치 육상 100m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사인볼트와도 같다.

그래서 모기가 도망친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잠자리에 들 수 있으면 다행이다. 하지만 모기의 공격 집념도 보통이 아니다. 반드시 피를 보겠다며 어디 숨었는지 다시 나타나 윙윙거린다.

물론 모기가 백해무익한 동물이라 모두 없애야 한다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런지 잘 생각해야 한다. 중국의 대약진운동도 때인 1958년 모택동이 벌였던 쥐, 파리, 모기, 참새 등 네 가지 해로운 동물을 박멸하겠다는 ‘제사해(除四害)운동’의 부작용 때문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볍씨를 까먹는 참새의 씨를 말리겠다”고 나선 타마작운동(打麻雀運動). 당시 공산당 기록으로 중국 전역에서 전인민이 동원돼 2억 마리의 참새를 죽였다고 하는데, 그 후유증은 결국 모택동의 일시 실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참새가 사라지자 1959년부터 참새의 천적들인 해충들이 크게 번식하게 됐다. 1960년에는 메뚜기 떼까지 극성을 부려 쌀 수확량의 50%를 잃게 되는 참극을 겪었다. 다른 농작물의 생산 감소도 발생해 그해에 중국 전역에서 4,000만 명이 굶어죽는 대재앙이 닥쳤던 것이다.

결국 모택동은 다시 참새가 필요했다. 급히 소련에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20만 마리의 소련산 참새를 수입해 중국 전역에 풀었지만, 고작 20만 마리 참새로 무너진 생태환경이 당장 복원되는 것은 아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역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세계 기네스북에까지 등재돼 있다고 한다.

모든 생명체는 유전적으로 스스로 생존하고 투쟁하도록 계획되어 있다. 그것이 ‘독식’이 아닌 균형과 공존을 요구하는 신의 뜻이다.

몇 년 전부터 IS가 반이슬람 종교세력을 박멸하겠다고 나서면서 세계가 아우성이다. 9.11테러를 당한 미국이나 니스 테러 피해국가인 프랑스 등이 다시 IS를 박멸하겠다고 나선다면, 세계의 평화는 점점 멀어질 것이다. 테러의 악순환은 더 깊어질지도 모른다.

북한이 핵으로 미국 본토까지 공격하겠다거나, 남조선을 핵과 미사일로 위협하여 사회주의 낙원으로 통일시키겠다는 전략이 수정되지 않는 이상 평화공존은 어렵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상대의 ‘생존욕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서로 사랑하는 홍익인간 정신은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내 쌀을 먹는다는 참새도 우리 주변에는 있어야 한다.

남 탓을 할 필요가 없다. 내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는다면 세상은 아름다워 진다. 그래서 조금은 내 것을 양보하면서 협력하는 삶이 필요하다. 그것이 홍익인간들이 바라는 평화의 세계다. 그것이 또한 ‘홍익인간 회사’의 경영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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