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국가안전보장회의 소집
저항ㆍ불순세력 등 강경 표현 쓰며
“의로운 일, 비난 피해가지 말라”
청와대 참모ㆍ내각 전체에 지침
‘우병우 수석, 사드 논란’ 공세 일축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택했다. 박 대통령은 21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공개적으로 재 신임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재검토 주장을 일축했다. 그리고 ‘나를, 정권을, 나라를 흔들지 말라’는 경고를 야당과 언론에 보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소명의 시간까지 의로운 일에 비난을 피해 가지 말라”고 주문했다. 우 수석은 NSC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우 수석과 외교안보 라인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와 내각 전체에 내린 지침으로 해석됐다. “나라를 지키려면 어떠한 비난에도 굴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선 박 대통령의 목소리가 커졌다.
북한의 급박한 도발 위협이 없는 시점에 박 대통령이 NSC를 소집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에는, 정권의 위기를 직접 돌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안보 위기를 부각시켜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소모적 정쟁으로 몰아 가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저항” “소명” “고심과 번민” “불순 세력” 등 전에 없이 강경한 표현들을 썼다. 또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비판과 우 수석을 겨냥한 공격을 “저를 향한 무수한 비난과 저항”이라 규정했다. 규명되지 않은 의혹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우 수석을 교체하면 청와대의 힘이 걷잡을 수 없이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발언이기도 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흔들리면 나라가 흔들린다”고 말해, 동요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내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 성남시 판교의 창조경제밸리를 둘러 보고, 스타트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인사들을 격려했다. 18일 몽골에서 귀국한 뒤 첫 번째 공식 일정을 창조경제 전진기지 방문으로 잡은 것은,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논란을 물리치고 뚜벅뚜벅 국정을 수행하겠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은 예정대로 다음 주 여름 휴가를 갈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우 수석 교체 가능성을 일단 차단했지만, 불씨는 남아 있다. 우 수석에 대한 결정적 의혹이 나오거나 전방위 의혹 제기가 계속돼 여론이 나빠진다면, 청와대가 그를 지키는 것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여당에서조차 우 수석 사퇴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변수다. 우 수석이 박 대통령을 위해 결단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청와대에선 “지금은 고려하는 방안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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