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다신교 연상” 금지령
러시아 “CIA 활동 목적” 음모론
보스니아, 지뢰 위험에 주의 촉구
세계적 열풍을 일으킨 증강현실(AR) 이용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고’(PokemonGO)가 모든 국가에서 환영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국가는 종교적 금기나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게임을 금지하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고위 성직자 모임인 원로위원회는 포켓몬고를 금지하는 종교칙령(파트와)을 내렸다. 위원회는 앞선 2001년 포켓몬 비디오게임과 카드놀이가 ‘다신교를 연상시키고 이슬람 율법이 금기시하는 도박적 요소가 있다’며 금지했는데, 포켓몬고에도 이 방침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적 성향의 이슬람권 국가에서는 포켓몬고의 이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이집트,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미국 정보기관(CIA)이 간첩활동을 위해 포켓몬고를 개발했다는 음모론이 나왔다. 러시아 인터넷매체 카테온은 포켓몬 개발사인 나이앤틱의 설립자 존 한케가 과거 CIA가 설립한 벤처 투자업체인 인큐텔(INQTEL)로부터 자금을 지원 받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배후에 CIA의 정보수집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국회의원이 “포켓몬고 이용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CIA를 위해 일하는 꼴”이라며 이용 제한을 추진하겠다는 보도도 나왔다. NYT에 따르면 이집트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도 “포켓몬고는 게임을 정보전에 악용하려는 (미국) 정보기관의 비열한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나이앤틱의 대변인은 “게임은 간첩활동과 무관하다”고 연관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용자의 실시간 위치정보(GPS)부터 촬영 사진까지 광범위한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포켓몬고에 대한 각국 정부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등 전시 상황의 국가에서는 “해킹으로 기밀 정보가 유출되거나 무심코 찍은 사진에 보안시설의 위치나 구조가 담길 수 있다”며 군시설, 정부기관에서의 게임 이용이 금지됐다.
내전 때 매설된 12만개의 지뢰가 위치도 확인돼지 않은 채 남아있는 보스니아에서는 시민단체가 “지뢰 경고 표지판을 따르고 익숙하지 않은 지역에 들어가지 말라”고 호소했다. 터키 복지부는 페이스북 계정에 “직사광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오전11시~오후4시 사이에 사냥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일본 정부도 포켓몬고의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계정 등록을 위한 사진을 올릴 때 거주지가 특정되지 않도록 집 근처에서 사진을 찍지 마라”는 등 9가지 주의사항을 발표했다. 나이앤틱 대변인은 “게임을 하는 국가의 국내법을 준수하고, 해당 지역과 주민을 존중하라”고 당부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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