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스포츠계가 정부차원의 도핑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러시아에 완전히 등을 돌린 모양새다.
14개 나라 반도핑기구 대표들은 러시아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일간지 USA투데이는 21일(한국시간) “각국 반도핑기구 대표들이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러시아를 IOC에서 퇴출하고 러시아 선수단의 리우올림픽 출전을 즉각 금지하라고 압박하는 성명서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가 성명서를 확보해 요약한 바에 따르면 대표 14인은 “당장 행동하라”고 촉구하며 “우선 러시아 선수 모두를 (올림픽) 엔트리에서 제외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지 약물을 복용한 선수는 처벌이 마땅하지만 도핑 파문과 무관한 선수들은 중립국 신분으로 올림픽에 나서는 걸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성명서를 작성한 14개국 반도핑기구에는 바흐 위원장의 모국인 독일도 포함됐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함께 오스트리아,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 9개 나라가 참가했고 미국과 캐나다, 이집트, 일본, 뉴질랜드가 힘을 보탰다.
앞서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지난 18일 “러시아 선수단이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자국 체육부와 정부 기관의 지원 아래 조직적으로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자체 보고서를 발표하며 IOC에 러시아의 리우 올림픽 출전을 막아야 한다고 요청했다.
WADA는 또 이에 앞서 작년 11월 러시아 육상 선수들이 러시아 반도핑기구와 공모해 금지약물을 사용해왔다고 발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 금지 처분을 내렸고 이에 반발한 러시아는 현재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한 상태다.
IOC는 22일로 예정된 CAS의 판정을 지켜본 뒤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최종 확정한다는 방침인데 14개국 반도핑기구 대표들은 IOC의 빠른 결단을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존 페이 WADA 전 회장이 AP통신과 전화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페이 전 회장은 “올림픽에 대한 존엄성과 올림픽 미래를 위해서 러시아는 이번 대회에 출전하면 안 된다”며 “러시아의 도핑 조작은 개인이나 특정 단체, 특정 종목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너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러시아 정부와 반도핑기구, 정보기관 등이 모두 연관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조정연맹(FISA)은 2011년 이후 러시아 선수들의 도핑 샘플을 전부 다시 조사하기로 했다. FISA는 21일 홈페이지를 통해 “WADA에 조정 종목과 관련한 러시아의 도핑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증거 자료를 요청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합당한 조처를 내리겠다"라고 밝혔다. FISA 이사회는 22일 재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이미 조정에서 약물 사태로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지난 5월 도핑 검사에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세르게이 페도롭체프가 양성 반응을 보였다. FISA는 페도롭체프가 속한 러시아 남자 쿼드러플 스컬스 조정팀 전원에게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박탈했다. 현재 리우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러시아 조정 선수는 5명인데 FISA의 재검사에 따라 추가로 참가 자격을 잃는 선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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