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에 집착하는 축구 문화부터 바꾸겠다.”
앞으로 4년 더 대한축구협회를 이끌게 된 정몽규(54) 회장의 출사표다.
정 회장은 2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53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선거인단 106명 중 98표를 얻어 당선됐다. 임기는 2020년 12월까지다. 정 회장은 이날 투표에 참석하지 않은 8명을 제외한 98명 전원의 찬성표를 얻었다. 선거인단은 시도협회장(17명), 연맹 회장(8명), K리그 클래식 구단 대표(12명), 시도협회 추천 임원(16명), 선수 대표(24명), 지도자 대표(24명), 심판 대표(5명) 등 106명이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이 축구협회장 선거에 투표권을 행사한 건 처음이다.
2011년 프로축구연맹 총재를 거쳐 2013년 축구협회장에 오른 정 회장은 지난 2월 축구협회와 축구연합회의 통합 협회장에 추대됐다가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경우 사전에 사퇴해야 한다는 대한체육회 선거 규정에 따라 지난달 20일 사임했다.
비밀투표에서 보기 드문 만장일치가 나온 것에 대해 정 회장은 “몇 분이 반대를 하실지 내심 궁금했는데 이렇게 지지해주셔서 어깨가 더 무겁다. 임기 동안 더 힘써달라는 의미로 알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일단 승리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것이 한국 축구의 문제점이라는 진단이다. 정 회장은 “한국은 유소년 축구부터 수비를 강하게 하고, 지지 않으려 한다. 또한 팬들이 즐기는 축구가 아니라 감독과 구단이 승패만 다투는 축구를 한다”며 “이렇게 가면 다른 나라에 추월 당한다는 절박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또한 리우올림픽 이후에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축구를 학원 스포츠에서 클럽 스포츠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통해 어린 축구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해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고 축구 저변확대를 위해 디비전 시스템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현재 클래식(1부)과 챌린지(2부)로 운영되는 K리그 외에 내셔널리그와 K3 리그를 각각 3부, 4부 리그로 프로화하고 직장 축구팀이 중심이 되는 5부와 지역 축구팀이 중심이 되는 6부 리그까지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축구협회는 이날 선거 후 곧바로 임시 대의원총회를 개최하고 부회장을 포함한 이사 선임은 정 회장에게 위임하기로 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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