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마음껏 만져보시오
여보시오. 중생들 들으시오. 더위에 지치고 살기 팍팍한 양반들은 내 배 한번 만지고 가시오. 여기는 서울 우이동 도선사라오.
사람들은 나를 포대화상(布袋和尙)이라 부릅디다. 불룩 나온 배에, 포대 하나 걸치고 속세를 떠돌아 다녔으니 그리 부를 만도 하겠지요. 여기저기 동냥도 다니지만 어려운 이를 만나면 포대 속 물건들을 죄다 나눠주곤 했으니 중국의 산타클로스라는 별명까지 얻었다오.
한국에 오니 참 많은 사람들이 반겨주어 고맙기 그지 없소. 합장 한번 하고 정성스레 배까지 쓸어주니, 비록 까맣게 손때는 묻었지만 평생 탈 날 일은 없을 듯 하오. 배꼽을 만질 때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린 후 내 얼굴을 보고 똑같이 따라 웃어야 무병장수 한다니 잊지 마시오.
세속에 찌든 때는 내가 다 안고 가리다. 걱정과 짜증일랑 던져 버리고 우리 크게 한 번 웃어 보십시다. 배우한기자 bwh314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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