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태권도인 이현곤씨 전주대 특강
공인 9단, 40년간 제자 2만명 길러내
동생 5명과 태권도 명문가 ‘리브러더스’일궈
“태극기가 걸려 있고 한국말 구령이 울려 퍼지는 도장은 사실상 한국의 영토다.”
재미교포 태권도 사범인 이현곤(69)씨가 21일 전주대를 찾아 특강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오대양 육대주에 태권도장이 하나둘 생길 때마다 대한민국의 땅이 확장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는 “패기 넘치는 젊은이들은 좁은 땅에 안주하지 말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지면 성공의 길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 9단인 이 사범은 전북 고창 출신으로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한 태권도인이다. 29세에 태평양을 건너가 40년간 지도자로 활동하며 2만여명의 지도자를 길러냈다. 현재도 워싱턴시 인근 헌던시에서 사범만 20여명을 거느리는 큰 도장을 운영 중이다.
그는 국내에서도 지도자, 영화배우, 경찰관 등 제의가 있었지만 ‘더 넓은 세상에서 활짝 날개를 펼치고 싶다’는 생각에 맨주먹 하나만 들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막상 미국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친구 집에 얹혀살면서 낮에는 태권도장 사범으로 밤에는 편의점으로 종업원으로 뛰었다. 수강생을 모으기 위해 생일파티나 공원, 주차장 등에서 격파 시범을 보이며 온갖 노력을 했다.
그는 지역사회 봉사 활동에도 헌신적이다. 매년 학교를 찾아 불우 학생과 운동부에 장학금을 지급하고 장애인을 위한 캠프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2006년 버지니아주 의회로부터 ‘훌륭한 시민’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의회의 시민상은 1년에 1, 2명민 선정될 정도로 명예로운 상이다. 헌던시에는 ‘이현곤 나무’가 심어져 있을 정도다.
매년 고국에 돌아와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에서 코칭ㆍ통역 안내 등 자원봉사자로도 뛰고 있다. 무주에서 열리는 태권도엑스포는 10회까지 빠짐없이 참가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이 사범의 형제는 주변에서 ‘태권도로 세계를 정복한 이 브러더스(Lee Brothers)’로 불린다. 강석(7단) 준혁(9단) 병석(7단) 상호(7단) 정호(6단)씨 등 5명의 동생들이 모두가 태권도 사범으로 활약 중이다.
6형제가 운영하는 도장은 전 세계 70여개에 이른다. 미국에 30여 개의 도장이 있으며 중남미 유럽 중국까지 진출해 있다. 매년 11월이면 이들 형제의 문하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실력을 겨루고 교류와 친목을 다지는 태권도대회(Lee Brothers’ Cup)를 20년째 개최해 오고 있다.
동생 준혁씨도 노스캐롤라인주 나일데일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173표 간발의 차이로 고배를 마실 정도로 지역에서 신망을 얻은 인사이며, 다른 동생들도 대학 겸임 교수, 시의원, 상공회의소, 로터리클럽의 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현곤 사범은 “‘태권도를 배워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을 들을 때면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내년 6월 전북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대회가 지구촌 태권도인들의 잔치가 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전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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