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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게 왜 창피한 거죠? 그냥 살인데…"

입력
2016.07.21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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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게 왜 창피한 거죠? 살은 살일 뿐이지, 살이 내 모든 것을 표현하는 건 아니잖아요?"

풍만한 가슴, 살 오른 배, 유(U)자형 얼굴, 볼록한 각선미. 국내 최초 플러스 사이즈 모델이자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독립 패션지 ‘66100’의 편집장인 김지양(30·여)씨가 자신의 비키니 화보를 보여주며 물었다. 키 165cm· 88사이즈 모델인 그는 살찐 몸매가 표현하는 다양한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해 비키니를 입었다. 뚱뚱한 사람들을 향한 편견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 나선 그를 지난 19일 만났다.

비키니는 마른 몸매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지양씨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기 때문에 비키니 몸매를 만드는 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66100 제공 (사진=다니, 헤어 및 메이크업= 이태영)
비키니는 마른 몸매 여성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김지양씨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아름다운 몸매를 가졌기 때문에 비키니 몸매를 만드는 법은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66100 제공 (사진=다니, 헤어 및 메이크업= 이태영)

'비키니'가 어울린다≠마른 몸매

김씨가 처음 비키니를 입은 것은 케이블TV 온스타일에서 2010년 개최한 '도전슈퍼모델코리아 시즌1'에 지원하기 위해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였다. 마른 몸매 여성들의 전유물로 꼽히는 옷인 만큼 도전은 험난했다. 일단 몸에 맞는 옷이 없었다. 김씨는 “백화점 매장을 샅샅이 뒤져도 55, 66 사이즈뿐이었다”며 “어렵게 구한 큰 사이즈의 옷을 입었지만 편하게 맞지 않아 하의는 비키니 대신 속옷을 입고 프로필 사진을 찍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비키니를 입고 카메라에 앞에 서자 몰랐던 '끼'가 튀어 나왔다. 그때 김씨는 신체의 아름다움이란 마른 몸의 여성만 보여줄 수 있는 게 아니란 점을 깨달았다. 그는 비키니를 입고 즐겁게 촬영하면서 모델이 되기로 결심했다. 비록 국내에서는 도전에 실패했지만 미국으로 달려가 플러스 사이즈 모델 패션쇼인 'FFF(Full Figure Fashion) 위크'에서 모델로 이름을 알렸다. 그리고 몸매에 상관없이 비키니를 마음껏 입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2014년 계간지 '66100'을 창간해 이끌어 오고 있다.

독립패션지 '66100'의 편집장 김지양씨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았다. 박고은PD rhdms@hankookilbo.com
독립패션지 '66100'의 편집장 김지양씨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사옥을 찾았다. 박고은PD rhdms@hankookilbo.com

"나는 다양한 이유로 아름답다"

김씨는 “뚱뚱하다(Fat)는 단어에 보이지 않게 ‘비교하다’라는 뜻이 들어 있다”고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이 33사이즈의 연예인, 나보다 작은 체구의 형제나 친구 등과 비교하며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얘기다. 그는 “미디어가 완벽하다고 주장하는 신체 사이즈를 좇다 보면 개인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며 “아름다움을 외모로만 정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도 많은 사람들이 신체 사이즈 스트레스에 얽매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이란 '다름'에서 발견된다고 본다. 개인의 정체성은 신체 사이즈가 아닌 각자의 고유 특성으로 평가 받아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그는 “뚱뚱하고 아름답다”고 외친다. 김씨는 66100에서 전개하는 ‘나는 아름답다(I'm Beautiful)’ 캠페인을 통해 신체 이미지가 보여주지 못하는 다양한 아름다움과 개성을 지속적으로 알리고 있다.

해변에 어울릴만한 수영복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김씨는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말고 원하는 수영복을 입으세요"라고 말했다. 66100 제공 (사진=다니, 헤어 및 메이크업=이태영)
해변에 어울릴만한 수영복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에 김씨는 "누구의 시선에도 구애받지 말고 원하는 수영복을 입으세요"라고 말했다. 66100 제공 (사진=다니, 헤어 및 메이크업=이태영)

'시선의 폭력'에 둔감한 사회

‘뚱뚱하다’는 단어는 부정적 단어들이 주로 따라 붙는다. 많이 먹는다, 미련하다, 게으르다, 자기관리가 부족하다 등 뚱뚱한 이들을 향한 편견이 혐오로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체력 단련할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하다 보면 살이 찌는 것은 당연하다”며 “500g만 살이 쪄도 자신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기게 되는 심리는 마른 몸매를 강조한 미디어가 만든 실체 없는 공포”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무게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폭력적이다. 김씨는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와 마찬가지로 뚱뚱한 사람들에게도 배타적 시선이 있다”며 “뚱뚱한 사람들을 실패자로 낙인 찍는 것은 상대적 우월감으로 자위하려는 우리 사회의 문화적 풍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는 밤낮 없이 열심히 일하느라 나온 똥배 때문에 여름 휴가철 수영복 입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원하면 그냥 입으세요!”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이원준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4)

패션지의 편집장인 김씨의 패션 철학은 원하는 옷을 자신 있게 입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금기에 갇히지 말자는 얘기다. 박고은PD rhdms@hankookilbo.com
패션지의 편집장인 김씨의 패션 철학은 원하는 옷을 자신 있게 입는 것이다. 스스로 만든 금기에 갇히지 말자는 얘기다. 박고은PD rhdm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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