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승부조작 사태를 접한 프로축구 관계자는 21일 기자와 만나 “팬들이 프로 스포츠 전반에 혐오감을 가질까 걱정이 된다”고 씁쓸해했다. 실제 올해 K리그 일부 구단과 심판의 검은 고리가 밝혀지고 프로야구 선수들의 불법 도박, 여자 프로농구 첼시 리(27)의 신분 위조 등 온갖 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프로축구는 프로야구의 승부조작이 ‘남의 일’ 같지 않다. K리그는 2011년 프로스포츠 중 처음으로 승부조작 행위가 발각돼 엄청난 홍역을 앓았다. 국가대표급 선수까지 가담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이 더 컸다. 당시 사건으로 수 십명의 선수가 축구계에서 영구 퇴출됐다.
프로축구연맹은 이후 승부조작의 사전 예방을 위해 ‘촘촘한’ 제도와 시스템을 만드는 데 신경 썼다.
각 구단이 연 4회, 프로연맹이 연 2회 부정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구단 사ㆍ단장은 분기마다 한 번씩 연 4회 소속 선수와 일대일 심층 면담을 하고 프로연맹에 보고해야 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대부분 구단이 성실하게 협조적으로 응한다. 예방의 중요성을 다들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행 감찰에도 들어간다.
한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분석위원이 경기 동영상을 살펴보는데 이 자리에서 오심 등 판정에 대한 부분뿐 아니라 상식에서 벗어난 플레이를 하는 선수도 눈여겨본다. 과거 승부조작에 가담한 선수 대부분이 수비수나 골키퍼였는데 의도적으로 실수를 해서 실점하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만약 의심 가는 선수나 행위가 있으면 구단에도 통보한 뒤 계속 관찰한다. 하지만 실제 승부조작을 한 것으로 밝혀진 사례는 없다.
프로뿐 아니라 클럽 산하 유소년 팀에 소속된 선수들을 대상으로도 지속적으로 예방 문자를 보내고 있다. 승부조작은 물론 상대적으로 선수들이 중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스포츠 베팅 행위도 얼마나 큰 문제인지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프로연맹 사무총장 직통전화와 클린센터 전용전화 등 제보자를 위한 ‘핫라인’도 운용 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프로축구가 안전지대라 단언할 수는 없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승부조작 등에 가담하면 자신의 선수 인생이 다 끝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유혹에 빠지겠나. 발각되지 않을 거란 막연한 믿음이 있어서다”며 “천망회회 소이불실(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빠뜨리지 않는다)이라고 했다. 선수들이 이 점을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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