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직급 직원도 성과제 도입
금융노조 결사 반대 입장
같은 직급이라도 성과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가 차이가 나도록 하는 내용의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지침이 발표됐다. 하지만 금융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격렬히 반발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도입을 둘러싼 진통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민간은행 14곳과 함께 외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만든 ‘민간 은행 성과연봉제 도입 가이드라인’을 21일 발표했다. 민간은행들은 이번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조만간 자체적인 보수 체계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연봉과 연동되는 개인별 성과평가 대상자의 범위를 무기계약직창구 직원(텔러)을 비롯한 최하위직급까지 넓히도록 권고했다. 또 평가 등급 수를 최소 5개로 세분화해 상대평가 방식으로 평가를 실시하도록 했다. 현재 대부분 은행들은 관리자급(지점장 또는 본점 부장) 이상에 대해서만 성과평가를 연봉과 연결시키고 있다.
개인별 성과평과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연봉의 격차는 현행 10% 안팎에서 단계적으로 40%(동일 직급 기준)까지 늘어난다. 직급별로 관리자급은 30% 이상, 책임자급(차ㆍ과장) 이하는 20% 이상 단계적으로 격차를 늘린 뒤 중장기적으로는 40%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령 같은 지점장의 연봉이 최저 1억원에서 최고 1억4,000만원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승진이나 성과와 무관한 자동 임금 상승을 막는 ‘페이 밴드’(직급별 호봉 상한제)를 반드시 운영할 것을 각 은행들에 권고했다.
특히 전체 연봉 중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을 관리자급 30% 이상, 일반 직원 20% 이상으로 제시했고, 성과급 차등폭은 2배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기본급 인상률도 전년도 평가 등급에 따라 관리자급은 평균 3%포인트 이상, 일반 직원은 최소 1%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게 설계하도록 했다.
이 같은 민간은행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은 지난 상반기 금융공공기관 9곳에 도입된 성과연봉제보다 더 급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공공기관 성과연봉제는 4급(차ㆍ과장급) 이상만 대상이고, 차등 지급되는 연봉 격차도 최대 30% 수준이다.
성과연봉제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은행권 산별노조인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가 ‘쉬운 해고’로 연결될 수 있다며 도입 반대 목소리를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금융노조는 지난 19일 전체 조합원 9만5,168명을 상대로 파업 찬반투표를 시행한 결과, 95.7%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안을 통과시킨 바 있어, 이번 가이드라인이 산별 노사 합의로 도입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다만 보수 체계는 지부(각 은행) 노사에 위임할 수 있다는 규정이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다는 점을 근거로 각 은행이 지부 노조와 협상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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