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웨어 상표인 아디다스(Adidas)의 발음은 아직도 정리가 안 된다. 단순히 고유명사 상표명이라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우선 영국 런던이 남부에 속하는데 이들 지역에서는 첫 음절 ‘아’에 강세를 주며 '아디다스'로 발음하는데 조금만 내려와 해안도시 포츠머스 지역에 가면 '어디-다스'처럼 미국 발음과 비슷하다. 호주에서도 '아디다스'이고 대부분의 유럽 지역에서는 '아디다스'가 우세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대부분 '어디-다쓰'로 하고 둘째 음절 '디'를 강하고 길게 발성한다. 고유명사는 원작자가 원하는 대로 불러 주는 것이 예의이고 상식이며 관례인데 유명해진 만큼 지역별로 발음은 제 각각이다.
알다시피 아디다스는 독일의 아돌프 다슬러가 세운 스포츠 용품 회사이고 그의 형 루돌프 다슬러는 동종업종 푸마(Puma)를 세웠다. 먼저 동생 아돌프는 올림픽 때(1928) 스포츠용품을 납품하면서 번창하는데, 히틀러 등장과 함께 나치당에 가입하여 활동하는데 형 루돌프가 더 열성적이었다고 한다. 형은 징집되어 싸우다가 포로가 되기도 하고 탈영했다가 잡혀가다가 미군에 의해 풀려났다. 이 과정에서 동생의 밀고로 더 의심을 받게 된 형은 나와서 푸마라는 회사를 세우고 이때 동생 아돌프는 자신의 이름 ‘Adolf Adi Dassler’중에서 중간의 ‘Adi’와 성씨의 첫 음절 ‘Das-‘를 조합해 아디다스로 명칭을 바꾼다.
형이 세운 푸마는 엄연히 사전에 수록된 말이고 동물이름이다. 아디다스처럼 인위적 조합어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서처럼 '퓨-마'라고 발음하면 그만인데 이상하게도 상표명 푸마는 발음이 다르다. 독일, 미국, 스페인 등에서 모두 '푸-마'인데 영국에서는 '퓨-마'라고 발음한다. 마운틴 라이언(Mountain lion)이나 쿠거(cougar)로도 알려진 이 동물의 이름은 사전에서는 '퓨-마'로 발음을 소개한다. 이런 경우는 참 난감하다. 똑같은 단어인데 상표명이나 고유명사라고 해서 발음이 다르게 나오는 것은 이를 일반 단어로 보지 않거나 회사측에서 '푸-마'로 발음해달라고 요청이 있는 경우다. 현재까지는 '푸-마' 발음이 '퓨마'보다 훨씬 더 많다.
유로(EURO)는 '유로' 발음이 대부분이지만 '에우로'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에르메스(Hermesㆍ에어메스), 불가리(BVLGARIㆍ불거리), 베르사체(Versaceㆍ버싸체) 등의 브랜드명도 발음은 제각각이다. 나이키(Nike)의 경우 아직도 '나익'으로 발음해야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 그러나 해당 회사가 '나이키'로 불러 달라고 요청을 한다면 고유명사는 그렇게 정리된다. 이런 현상은 한국 기업 명칭의 발성에도 나타난다. 삼성(Samsung)을 '삼숭', '쌤숭' 등으로 발음하는 외국인이 많고 현대(Hyundai)를 '현다이', '휸다이'로 발음하는 사람, ‘I can't get over Hyundai'라며 '현대' 발음은 죽어도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외래어나 고유명사의 발음이 어렵다면 'How should I pronounce this?'라고 묻는 것이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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