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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이웃되기의 어려움

입력
2016.07.21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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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아침 이불 속에서 모처럼 게으름을 피우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한창 공사 중인 현장 건축주 번호가 떠있길래 얼른 받았다. “윗집 건너편 땅주인 P씨가 포크레인으로 나무를 베어내고 있어요.” 황급한 목소리였다. 씻는 둥 마는 둥 과속을 해가며 현장에 도착하고 보니 포크레인 소리와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지금 다세대 주택 공사가 한창인 이 지역은 주변이 1등급 비오톱 지역이라 개발이 제한되어 있어 숲이 우거져 있고 4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아무리 자기 땅이라도 그렇지, 여긴 비오톱지역이 아닌가. 막무가내로 나무를 베어내고 흙을 파서 땅을 무너뜨리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 건축주와 나는 포크레인으로 뛰어갔다. 멀찍이 서있던 땅주인 P씨와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간 끝에 공사는 중지되었다.

그 후로도 그는 몇 번이나 이런 시도를 했다. 그것도 꼭 공무원이 일을 보지 않는 주말이나 공휴일 이른 새벽에 일을 저질렀다. 야금야금 숲이 망가뜨리고 그걸 빌미로 비오톱을 해제해달라고 민원을 넣을 것이다. 개발이 가능해지면 땅에서 얻는 수익이 엄청나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포크레인이 지나가는 통로에 있는 우리 현장의 일부도 망가져 있었다. 결국 관청에 고발하고서야 일단락되었다. P씨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건축주의 땅에 집이 지어지면 비오톱으로 가는 통로가 확보되지 않아 개발행위를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엉뚱한 민원을 넣거나 건축허가를 늦추는 등 공사를 방해하는 다양한 수를 썼다. P씨와의 위기를 여러 차례 넘기고서야 집은 완성되었다.

집을 짓는 과정에는 예측 가능한, 혹은 예측 불가능한 위기가 자주 등장한다. 건축주의 꿈을 완성해가는 설계과정은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다. 공사업체를 선택하는 과정부터는 예산이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으로 정신이 없어진다. 공사하는 내내 자잘한 문제들이 생기지만 좋은 집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대부분 예상 가능한 문제들이기 때문에 미리 대비가 가능하다. 그러나, 주변 이웃과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난처할 때가 많다. 어떤 일들이 생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현장에서 있었던 이야기는 이렇다. 건축주의 이웃 Y는 자기 집 앞 골목길을 막는 자는 누구든 용서하지 않았다. 공사 차량이 오가거나 정차를 하고 있을 때면 007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Y가 나타나는지를 계속 살펴야 했다. 건축주는 이웃과 마찰을 피하려고 Y가 좋아한다는 와인을 한 박스 선물했지만 선물의 유효기한은 하루뿐이었고 공사 끝날 때까지 갖은 욕설에 시달려야 했다. 물론, 공사는 중지되기 일쑤였다.

성격적으로 힘든 이웃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 대처가 가능하지만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이웃은 매우 불쾌한 경우다. 이웃 중 한 세입자는 본인이 집에 있을 때는 절대 공사금지라고 공공연히 말했다. 공사를 진행할라치면 민원을 넣어서 공사를 중지시켰다. 몇 번의 공사중지 끝에 나온 요구는 6개월 치 월세를 대신 내 달라는 것이었다. 자꾸 늦어지는 공사가 마음에 걸렸던 건축주는 그 세입자에게 공사를 절대 방해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요구하고 6개월 치 월세를 건넸다. 하지만 그 세입자는 공사가 끝나기도 전에 이사를 하고 말았다.

누구나 시끄러운 공사가 불편할 수도 있고 민원을 넣을 수 있다. 참다못해 불만을 하소 할 수도 있다. 공사 소음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얼마간의 불편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기 때문에 건축주의 미안함과 이웃의 불평이 공존하는 게 공사현장이다.

언성을 높이거나 얼굴을 붉히며 싸우더라도 잊지 말 것이 있다. 공사가 끝나면 둘은 이웃이 되어 함께 어울려 살 사람이라는 점이다.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고, 동네 오가며 만나게 될 이웃 말이다. 이웃이 된다는 것은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정구원 트임건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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