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국 “발언 심각… 수사 착수”
대회장 인근선 성조기 소각 시위도
연설문 표절, 양심투표 발언 등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연일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20일(현지시간)에는 행사장 및 트럼프 선거캠프 주변에서도 사고와 소동이 계속됐다.
전당대회가 열리고 있는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외곽 시내 중심가에서 이날 성조기를 불태우는 등 과격 시위가 발생, 관련자 17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18일 대회가 시작된 이후 행사장과 인접한 ‘클리블랜드 퍼블릭’광장과 ‘슈피리어 거리’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단체가 나와 주장을 펴고 있지만, 경찰이 물리력을 행사해 시위대를 대규모 연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가 성조기에 불을 붙이자 주변에서 주시하던 경찰과 소방관이 긴급 투입돼 진화하는 한편, 서로 팔짱을 낀 채 ‘혁명을 위한 시간’이라고 외치는 시위대를 강제로 뜯어내 연행했다. 시위대가 일부 저항했지만, 곧바로 제압돼 길바닥에 눌려 제압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위를 조직한 극좌단체 ‘혁명공산당’의 대변인 칼 딕스는 “미 제국이 저지른 범죄와 ‘미국은 전혀 위대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이번 시위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당내 단합을 위해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트럼프 선거캠프에서는 고위 관계자가 클린턴 전 장관을 총살해야 한다고 주장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뉴햄프셔 주 대의원이자, 참전용사 분야 고문인 알 발다사로가 전날 현지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는 벵가지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거짓말을 했는데 이는 수치스러운 것”이라며 “힐러리를 사선(射線)에 세워놓고 반역죄로 총살해야 한다”고 말했다. ‘벵가지 사건’은 2012년 9월 리비아의 무장집단이 리비아 벵가지 미 영사관을 습격해 미국 대사 등이 살해된 사건으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최대 외교실패 사례로 꼽힌다.
발다사로의 발언이 알려진 뒤, 주요 대선 후보에 대한 경호를 맡고 있는 미 연방 비밀경호국이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로버트 호백 경호국 대변인은 “그의 발언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적절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 선거 캠프도 “공화당의 비열한 ‘마녀 사냥’식 인신 공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소재로 활용하고 나섰다. 트럼프 측은 사태가 불리해지자, 호프 힉스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통해 “트럼프 후보는 발다사로의 주장에 대해 명백하게 반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클리블랜드=조철환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