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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양심껏 투표하라”… 트럼프 잔칫상 재 뿌리기

입력
2016.07.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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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 전당대회 3일차

경선 과정 깊은 원한 작용한 듯

反트럼프 진영 주요 구호 인용

끝내 트럼프 지지 선언 거부

親트럼프 대의원들 야유로 맞불

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20일 사흘째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 대신 ‘양심 투표’를 주문, 공화당 내부의 심각한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AP 연합뉴스
미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텍사스)이 20일 사흘째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지지 대신 ‘양심 투표’를 주문, 공화당 내부의 심각한 분열상을 그대로 드러냈다. AP 연합뉴스

“보트 유어 컨션스!”(양심껏 투표하라!)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정치적 자폭 테러나 다름없는 행동을 감행, 도널드 트럼프를 위해 마련된 전당대회 잔치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공화당 전당대회 사흘째 행사에서 크루즈 의원은 끝내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오히려 유권자들에게 각자 양심에 따라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택하라고 주장했다. 크루즈 의원이 주문한 ‘양심 투표’는 막판까지 트럼프 후보 지명 저지에 나선 ‘반 트럼프’ 진영의 구호였다.

크루즈 의원은 뉴욕 주 대의원들이 ‘트럼프 지지선언을 하라’고 재차 기회를 줬는데도, 이를 묵살했다. 그러자 행사장인 ‘퀴큰론스 아레나’내부에 소란이 빚어졌다. ‘친 트럼프’ 대의원들이 일제히 야유를 보낸 뒤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 외쳐댔다. 연설 후 황급히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크루즈 의원과 부인에게도 욕설이 퍼부어졌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이날 사태로 트럼프는 당내 경선 2, 3위 경쟁자로부터 승복을 받아내지 못한 매우 이례적인 대선 후보가 됐다고 평가했다. 크루즈 의원과 함께 끝까지 경선에 참여했던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마저 전당대회 참여를 거부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크루즈 의원이 정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돌발 행동에 나선 건 트럼프에 대한 깊은 원한과 2020년 대권 재도전 의사가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크루즈 의원 아내(하이디 크루즈)의 외모를 자신의 아내 멜라니아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비하했다. 또 크루즈 의원 부친이 존 F. 케네디 암살에 관여했다는 주장을 펴 크루즈 진영의 큰 반발을 초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크루즈 의원의 발언을 “대수롭지 않다”고 무시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크루즈가 (경선 결과 승복)서약을 지키지 않았다. 2시간 전 받아 본 연설문을 통해 그의 발언을 미리 알았지만, 내버려뒀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포스트는 앙금이 가시지 않은 건 트럼프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는 이날 크루즈 의원이 야유를 받기 직전 행사장에 나타났는데, 바로 이 점이 크루즈 의원에 대한 결례라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가 관행을 자주 무시하지만, 주요 인사의 연설 도중 대선 후보가 불쑥 등장해 청중의 관심을 자신에게 쏠리려 한 건 정치적 결례이며, 크루즈 의원의 존재감을 희석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분석했다.

크루즈 의원의 ‘양심 투표’발언 이후 트럼프의 차남 에릭과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가 잇따라 나서 반전을 시도했으나 어수선한 분위기는 뒤바뀌지 않았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크루즈 의원의 ‘양심 투표’발언은 결국 트럼프에 투표하라는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러닝메이트 지명 후 첫 공식 연설에 나선 펜스 후보도 “트럼프를 중심으로 단합하자”고 호소했으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는 크루즈 의원의 그림자가 펜스 후보를 압도했다고 평가했다. 클리블랜드=조철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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