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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니? 미술관 어때? 놓치기 아쉬운 유럽 미술관 6

입력
2016.07.2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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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유럽에 가는 일은 쉽지 않다. 왕복 100만원이 넘는 비싼 비행기표를 구입하고도 열네 시간 남짓한 시간을 날아 지구 반 바퀴를 돌아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유럽이니만큼 욕심껏 많은 곳을 다니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다. 그러나 아등바등 하루에 다섯 곳씩 관광하러 나서는 것도 피곤한 일, 더 많은 곳을 가지 않더라도 확실하게 쏠쏠히 유럽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으니 바로 유럽의 문화유산을 구경하며 그 정서에 흠뻑 빠져보는 것이다.

그 첫 번째 대안이 미술관이다. 수십, 수백 년 전 화가가 들여다보던 캔버스를 오늘날 관람객이 되어 들여다보고 있자면 죽은 화가와 캔버스를 사이에 두고 마주 서고 있는듯한 기분이 슬며시 든다. 거장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작품과 설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유럽의 미술관을 도시 별로 소개한다.

1. 고흐 박물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고흐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 ⓒJan Kees Steenman, 고흐미술관 제공
고흐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관객들. ⓒJan Kees Steenman, 고흐미술관 제공
고흐가 생전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 고흐미술관 제공
고흐가 생전 동생 테오에게 보냈던 편지. 고흐미술관 제공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전시해둔 고흐 박물관은 한 화가를 테마로 한 박물관 중 작년 한 해 연중 방문객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아 비수기에도 온갖 국적의 사람들이 다 모여드는데 아침 일찍 방문하면 그나마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아이리스, 감자 먹는 사람들 같은 유명작품부터 고흐가 그림을 그리던 초반의 이름 모를 작품까지 전시돼 있다. 고흐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불과 몇 달 전 조카의 탄생을 축하하며 그렸던 아몬드 나무가 봄을 맞는 ‘꽃 피는 아몬드 나무’가 인상적이다.

고흐 박물관은 고흐의 세계를 섬세하게 설명한다. 고흐와 직, 간접적으로 교류가 있던 작가와 고흐에게 영향을 미친 작가들의 작품도 수집해 전시하고 있으며 고흐가 주고 받았던 편지들로 꾸민 방도 있다. 고흐의 팬이라면 방문해도 후회가 없을 것이다.

2. 퐁피두 센터(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 ⓒ Jorge Royan / http://www.royan.com.ar / CC-BY-SA-3.0
퐁피두 센터. ⓒ Jorge Royan / http://www.royan.com.ar / CC-BY-SA-3.0

서먹한 현대미술과 친해지고 싶지만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이라면 퐁피두 센터 갤러리를 추천한다. 파리의 명성에 걸맞은 현대미술 컬렉션을 보유한 퐁피두 센터는 현대미술 이전, 19, 20세기 작품 컬렉션도 수준급이다. 마티스, 샤갈, 피카소, 칸딘스키처럼 누구나 알만한 화가부터 시작해 19, 20세기 사조에 기여한 약간은 낯선 작가의 작품까지 꼼꼼하게 전시되어 있어 이들의 작품만 잘 감상하고 와도 만족스럽다. 익숙한 화풍의 작품들에 감탄하고 나오는 길에 현대미술갤러리로 걸음을 옮기면 자연스럽게 현대 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감상할 수 있어 문외한이 현대미술을 처음 접하는 계기로는 최적이다.

3. 무하박물관(체코, 프라하)

무하의 유화 작품 'Woman In The Wilderness(황야의 여인)' ⓒAlphonse Maria Mucha
무하의 유화 작품 'Woman In The Wilderness(황야의 여인)' ⓒAlphonse Maria Mucha

체코가 자랑하는 대표 화가인 무하는 클림트와 함께 아르누보의 대표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요즘의 예쁜 일러스트를 연상케 하는 화풍 때문에 작품도 크기가 작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무하의 대부분의 작품의 크기는 성인 여성의 키와 비슷하다. 큰 크기의 작품인 만큼 프린트된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보는 것이 선, 색깔의 디테일을 면밀히 관찰하기 좋다. 특히 무하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화가인데다 인물들의 표정이 다채로운 편인데 이런 미세한 부분은 스캔 이미지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수집가였다는 무하의 수집품, 무하가 찍었다는 딸들의 사진 등과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무하의 거대한 유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어 무하의 예술세계 전반을 이해하기 좋다. 영어 책자에 비하면 빈약하긴 하지만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도 나눠준다.

4. 알베르티나 미술관(오스트리아, 빈)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 알베르티나 미술관 제공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 알베르티나 미술관 제공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모네의 'The Water Lily Pond(수련 연못)'. 알베르티나 미술관 제공
알베르티나 미술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모네의 'The Water Lily Pond(수련 연못)'. 알베르티나 미술관 제공

큐레이팅만큼은 알베르티나 미술관을 따라올 곳이 없다. 방대한 규모의 미술관일수록 감상을 마치고 나오면 작품들이 온통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어있기 일쑤다. 그런데 알베르티나 미술관은 르네상스부터 현대미술까지 광범위한 시대를 몇 층에 걸쳐 다루고 있음에도 깔끔하게 감상이 정리된다. 시대별, 사조 별로 전시 구획이 잘 되어있기 때문이다. 에곤 실레, 리히텐슈타인, 인상파, 르네상스처럼 산발적인 주제의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는데도 각각의 독립된 전시를 본 듯 체계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인 여행객들 사이에선 인지도가 높지 않아 방문하는 이가 많지 않지만 빈을 여행한다면 방문해도 아깝지 않다.

5.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의 표지판. ⓒTwyxx / Flickr / CC-BY-2.0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의 표지판. ⓒTwyxx / Flickr / CC-BY-2.0

화가 피카소를 알고 싶다면 파리 피카소 박물관이 제격이겠지만 청년 피카소를 알고 싶다면 바르셀로나 피카소 박물관이다. 바르셀로나의 피카소 박물관은 피카소의 유년시절과 청년시절 습작을 전시하는 곳으로 피카소 박물관의 번외격이다. 피카소는 같은 구도와 같은 소재의 그림을 수년에 걸쳐 여러 장 그리곤 했는데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서는 그 연작들을 한 번에 전시해 세월의 흐름에 따라 그의 화풍이 달라져가는 것도 관찰할 수 있다. 국내엔 덜 알려진 청년 피카소의 판화나 일러스트 작품 역시 전시되어있어 청년 피카소가 미래의 거장 피카소가 되어가는 과정의 참관인이 된 듯한 기분도 든다. 노년의 피카소와 절친하게 지내던 사진작가가 틈틈이 찍은 늙은 화가의 자연스러운 모습도 전시하고 있다.

6.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탈리아, 베네치아)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잭슨 폴록의 'Alchemy(연금술)'. ⓒJackson Pollock, by SIAE 2008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잭슨 폴록의 'Alchemy(연금술)'. ⓒJackson Pollock, by SIAE 2008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Empire of light(빛의 제국)' ⓒRene Magritte, by SIAE 2008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 'Empire of light(빛의 제국)' ⓒRene Magritte, by SIAE 2008

고전미술의 성지 이탈리아에서 뜻밖에 피카소, 샤갈, 달리, 잭슨 폴록 등 현대 화가의 작품을 만나는 것은 색다르고 재미있는 일이다. 수상 버스를 타고 도시 곳곳을 누비는 재미도 잠시, 베네치아에서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어 심심하다면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 방문해보자.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은 전설적인 미술품 콜렉터 페기 구겐하임의 저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타이타닉 침몰사고로 부친을 잃고 부친의 막대한 재산을 물려받은 페기 구겐하임은 전쟁 전후로 유럽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작품을 사들였는데 타고난 안목으로 잭슨 폴록, 마크 로스코를 비롯한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후원했다.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에는 초현실주의 작품에 관심이 많았던 페기 구겐하임이 세계대전 전후로 모은 초현실주의 작품을 비롯해 전후 미국의 현대미술작품까지도 전시되어 있다.

김승현 인턴기자(이화여대 국어국문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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