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서 수거책 1명 구속
60대 노인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챈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국내 현금 수거책이 경찰에 붙잡혔다. 중국에서 상해사건을 일으킨 뒤 국내로 도망 온 이 현금 수거책은 경찰 조사에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족들이 볼모로 잡혀있다”고 진술했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중국동포 A(33)씨를 구속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4, 5일 인천 계양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 등에 B(66ㆍ여)씨 등 보이스피싱 피해자 2명이 은행에서 인출해 검은색 비닐봉지에 담아 가져다 둔 7,000여만원을 수거해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준 혐의를 받고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수익의 10%인 700여만원을 수수료로 챙긴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 국내 감시조에게 감시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경찰에서 “도망치면 중국 가족들이 다칠 수 있다고 위협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중국에서 상해사건을 저지른 뒤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현지 보이스피싱 조직은 B씨 등 피해자의 아들 이름을 미리 알아낸 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납치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피해자의 아들 목소리를 흉내 내 피해자를 속였으며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도록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배터리가 닳아 전화가 끊어지지 않도록 피해자에게 휴대전화 충전기까지 미리 챙기도록 지시했다”며 “1,000만원 이상 인출할 경우 은행에서 경찰에 알리도록 돼 있는 점도 미리 알고 990만원씩 인출하게 시킬 정도로 치밀함을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국내에 있는 보이스피싱 조직 감시조를 쫓는 한편 다른 범행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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