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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만 하는 靑, '레임덕' 뚫을까

입력
2016.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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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수석 사퇴요구 거부

현기환 녹취록 책임론도 일축

“레임덕 가속화 차단” 의도 불구

박 대통령 국정 동력 회복 미지수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기 전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발언하기 전 천정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가 우병우 민정수석이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청와대가 여러 도덕성 의혹에 휘말린 우병우 민정수석비서관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20일 일단 거부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4ㆍ13 총선 당시 공천 개입 발언 녹취록이 공개된 데 대해서도 청와대 차원의 책임론을 일축했다. 야당과 언론의 공격을 받아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시계가 빨라질 것이 우려되는 상황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쏟아지는 의혹과 논란들을 부인하고 반박하는 수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정권 후반기의 청와대가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병우 수석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사퇴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처가의 부동산 특혜 매매 의혹과 진경준 검사장에 대한 봐주기 검증 의혹,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사건의 몰래 변론 의혹 등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 대해서, 내가 하지도 않은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해 책임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이런 문제(의혹 제기)를 놓고 매번 공직자가 그만 두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5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우 수석은 수시로 한숨을 쉬고 허탈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는 의혹관련 수사에 대해 “(검찰이)오라면 가겠다”면서 “어차피 ‘모른다, 아니다’밖에 할말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ㆍ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이 직책을 유지한 채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우 수석은 지난해 2월 취임한 뒤 언론과 한 번도 공식적으로 만나지 않았고, 국회 운영위원회에도 직무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런 우 수석이 춘추관을 찾아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강한 어조로 반박하고 사퇴 가능성을 물리친 것에는 우 수석을 바꾸지 않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규명되지 않은 의혹만으로 핵심 수석인 민정수석을 교체할 경우, 청와대의 힘이 급속도로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 수석의 의혹 해명 간담회에는 김성우 홍보수석도 함께 나와 “민정수석이 직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기환 전 수석이 지난 1월 “대통령의 뜻“을 언급하며 김성회 전 의원의 경기 화성갑 출마를 막아 서청원 의원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 한 전화통화 녹취록에 대해서도 선을 그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현 전 수석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현 수석이 개인적으로 한 말”이라고 했다. 친박 핵심인 최경환ㆍ윤상현 의원에 이어 현 전 수석의 녹취록까지 공개된 것이 청와대 차원의 조직적 공천 전횡 파문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도 잇단 녹취록 공개와 관련, “왜 지금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또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김 전 의원의 지역구 변경을 요구한 것에 대해 “공천 개입이 아니다”고 일축해 이번 논란을 정면 돌파 하려는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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