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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돈 잃을 때까지 못 나가” 홧김에 도박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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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돈 잃을 때까지 못 나가” 홧김에 도박 신고

입력
2016.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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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19명 전원 현장 검거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소액은 괜찮다고 해서요….”

지난 17일 자정 서울 강남경찰서 역삼지구대로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가 걸려왔다. 자신이 방금 불법 도박장에서 탈출했다는 신고였다. 신고를 한 A(26)씨는 “도박을 하다가 돈을 다 잃고 나서야 풀려났다. 나머지 사람들은 아직도 도박을 하고 있다”며 경찰에 단속을 요청했다.

A씨는 이날 유학시절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도박장을 찾았다. 지난달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A씨는 ‘판돈이 적으면 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지인의 말만 믿고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건물 지하로 들어섰다. 도박을 하는 사람들의 나이대도 비슷하고 게임 정도로 즐기면 된다는 제안에 스트레스를 풀 요량이었다.

하지만 지하 공간에 마련된 도박장은 전문 카지노를 방불케 했다. 20,30대인 유학생ㆍ직장인은 500만원이 넘는 판돈을 걸고 카지노 게임의 일종인 ‘텍사스 홀덤’에 열중해 있었다. 이들은 30만원을 배팅한 A씨가 100만원을 따고 도박장을 나가려 하자 게임을 계속하라고 강요하며 출입문을 막아 섰다.

그는 결국 돈을 다 잃은 뒤에야 도박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A씨의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이틀 동안 밤샘 도박을 하던 19명을 전원 검거했다. 조사 결과 도박에 참여한 피의자들은 대부분 유학생 출신으로 A씨처럼 소개를 통해 도박장을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판돈은 총 3,800만원이 오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장모(27)씨 등 19명을 불법 도박을 하거나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은 앞서 4월에도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보드카페 간판을 달고 도박장을 운영하며 12억원 규모의 텍사스 홀덤 도박을 벌인 일당 3명을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도박은 보통 중년층이 저지르는 범죄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최근 청년층이 주도하는 도박장이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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