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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의 굴욕… 날개 달린 호텔서 골칫거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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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380의 굴욕… 날개 달린 호텔서 골칫거리로

입력
2016.07.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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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너무 커 좌석 채우기 애로

대한항공 비즈니스 탑승률 50%

아시아나는 로열 이코노미까지

항공사들 연료비 부담도 큰 고민

경쟁력 있는 중형기 잇단 등장

하늘길 시장서 주문 급감 추세

취항 10년도 안돼 위상 추락

보잉의 B747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초대형 여객기 A380. 에어버스 제공
보잉의 B747에 대항하기 위해 탄생한 초대형 여객기 A380. 에어버스 제공

‘하늘을 나는 호텔’로 불렸던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이 항공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비행기가 너무 커 비즈니스석을 모두 채우는 게 쉽지 않은데다 경쟁력 있는 중형 여객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A380의 위상이 취항 10년도 안 돼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11년 A380을 처음 도입한 대한항공은 현재 10대의 A380을 인천-LAㆍ뉴욕ㆍ런던ㆍ파리 등 장거리 노선에 투입하고 있다. 대한항공 A380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2층 전석을 비즈니스석(94석)으로 채운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비즈니스석 탑승률은 50%안팎으로 알려졌다. 상반기 대한항공 전체 노선 탑승률이 79%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현장에서 보는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에 따르면 A380 이코노미석은 정원보다 많은 340~350석 예약을 받고 있다. 항공사들은 예약 취소 등을 감안해 5% 정도 추가예약을 받지만 A380 이코노미석의 추가 예약은 10%가 훌쩍 넘는다. 이 때문에 일부 이코노미석 승객의 경우 이코노미석이 꽉 차면 비즈니스석에 앉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다. 일각에서 “이코노미석 가격에 비즈니스석을 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체가 비즈니스석인 대한항공 A380 2층. 대한항공 제공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체가 비즈니스석인 대한항공 A380 2층. 대한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도 2014년과 지난해 A380을 두 대씩 도입했고, 올해 2대를 더 들여올 예정이다. 비즈니스석은 2층에 66석으로, 그나마 대한항공보다는 조금 적다. 그러나 비행거리가 짧고 저비용항공사(LCC)들까지 경쟁하는 홍콩과 방콕에 A380이 투입돼 총 495석이나 되는 좌석을 채우는데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탑승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부터 홍콩과 방콕 노선에 비즈니스석에는 앉지만 기내식 등 서비스는 이코노미석과 같은 ‘로얄 이코노미석’까지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도입하는 A380 2대를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비즈니스 수요를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2층 구조로 된 초대형 항공기인 A380은 지난달 말 기준 세계시장에서 319대가 주문됐고, 193대가 인도됐다. 보잉의 B747을 능가하는 초대형 여객기로 주목 받으며 2007년 첫 인도 당시 예측된 향후 20년간 1,200대 수주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더구나 에어버스는 2018년부터 A380 인도 목표를 연 12대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해 27대의 절반도 안 되는 규모다.

A380의 최대 고객은 에미레이트항공(81대)을 비롯해 중동 항공사들이다. 큰 기체를 띄우기 위한 연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상상황이라도 발생하면 A380은 항공사에 더욱 애물단지가 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 시 대체기로 B747을 투입해도 최대 500명이나 되는 A380 승객을 모두 태울 수는 없다”며 “중형기의 경쟁력이 워낙 좋아지고 있어 A380의 시대는 다시 안 올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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