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니까 행복해하는 팀들이 많더라고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K리그 클래식(1부) 21라운드. 경기 전 만난 최강희(57) 전북 감독은 지난 13일 FA컵 8강에서 챌린지(2부)의 부천FC에 무릎 꿇은 걸 떠올리며 씁쓸한 농담을 던졌다. 전북이 올해 무패 행진을 달리면서 다른 팀들에 ‘공공의 적’이 됐다는 의미였다. 전북은 지난 16일 클래식 20라운드에서 제주 유나이티드를 2-1로 제압했지만 부천에 패한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 감독은 “시기를 봐서 또 팬들에게 행복을 드리겠다”고 여유를 잃지 않으면서도 “단 오늘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는 1위 전북과 2위 서울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황선홍(48) 서울 감독이 공개적으로 “전북의 무패를 깨겠다”고 도발한 것에 대해서도 “그런 도전은 좋다. 우리 선수들의 정신을 일깨워준다”고 반가워했다.
최 감독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었다. 전북이 서울을 3-2로 눌렀다. 무너진 전북의 자존심을 곧추세운 건 공격수 로페즈(26)였다. 로페즈는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14분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결승골을 뽑았다. 후반 39분에도 1골을 더 보태 서울의 추격 의지를 꺾었다. 서울은 후반 추가시간 1골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전북은 12승9무(승점 45)로 21경기 연속 무패와 함께 2위 서울(10승4무7패ㆍ승점 34)과 격차를 더 벌렸다. 지난 17일 인천을 2-1로 누르고 서울 감독 데뷔승을 맛본 황선홍 감독은 2연승에 실패하며 고개를 숙였다.
수원 삼성은 상주 상무를 1-0으로 이겼고 인천 유나이티드도 울산 현대를 3-1로 제압했다. 광주FC-전남 드래곤즈, 성남FC-제주는 모두 득점 없이 비겼다. 최하위 수원FC는 포항 스틸러스와 홈 경기에서 1-0으로 승리를 챙겼다. 지난 5월 22일 포항 전에서 1-0으로 이긴 뒤 2무 7패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수원FC는 올 시즌 포항과의 경기에서 2전 전승을 거두며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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