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린 20일 오전 9시 30분. 대전예지중고 건물 뒤 주차장 천막 아래에선 학생과 교사들의 수업이 한창이었다. 학생들은 나이가 50~80대에 이르는 만학도들이다. 만학도들 사이에 50대는 막내로 취급될 정도다.
학생과 교사들은 수업 10분만에 온 몸에 땀이 맺혔다. 시멘트 바닥은 점점 열기를 뿜어내고, 천막 아래에 오밀조밀 붙어 앉은 탓에 숨이 턱턱 막혔지만 교사와 학생들은 어느 때보다 수업에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만학도들이 폭염 속에 천막 수업까지 하는 것은 이 학교 재단과 교장이 일방적으로 조기 방학을 결정하고, 기습적으로 학교문을 걸어 잠근 탓이다. 교사와 학생들은 수업 결손을 막기 위해 힘들지만 이날부터 천막에서 임시 수업을 하기로 했다.
주간반 학생 150여명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국어와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5과목 수업을 마쳤다. 오후 5시 30분부터는 야간반 학생들이 또 천막수업을 해야 했다.
오전에 칠판이 없어 교사들이 부랴부랴 집에 있는 것을 가져와 변통하고, 오후에는 보드판을 사와 수업을 했다. 하지만 조명이 없어 만족할 만큼의 수업을 못한 게 아쉬울 뿐이다.
이 학교 맹현기 교무부장은 “도로변 야외인데다 더위까지 심해 수업이 어려울 줄 알았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너무 집중해 교사인 나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일단 오는 29일까지 임시 수업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맹 교무부장은 또 “무엇보다 정상적으로 학사 운영이 안 되면 고3 학생들의 대입 수시전형 지원에 차질이 생기는 만큼 천막 수업을 진행키로 했다”며 “예순이 넘은 학생들이 많은데 이 무더위 속에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날 수업을 받은 황선희(주간 고3)씨는 “시멘트 바닥은 뜨겁고, 땀이 줄줄 흘렀지만 선생님들이 우리를 위해 이 더위 속에서 열심히 가르쳐 주시니 우린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예지중ㆍ고 학생과 교사들은 예지재단 이사장과 학교장을 상대로 업무방해 및 출입방해금지가처분신청, 교장에 대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신청을 하기로 했다.
교육공공성시민연대 관계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은 삼복더위에 천막을 치고 수업을 들어야 하는 이 상황에 울화통이 터진다”며 “예지중고 사태는 설동호 대전교육감의 도덕성과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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