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ㆍ현대중 연대투쟁 불구
구조조정ㆍ성과연봉제 반대 등
성격 다른 주장에 호응 떨어져
6,900명 대우조선 불참도 타격
공기업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반대하는 민주노총과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조선산업 노동자들이 20일 전국에서 파업을 벌였다. 사업장별 총파업을 넘어 각 산업계 노동자들이 연대한 동시파업 형태였다.
20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250개 사업장 노동자 10만명이 이날 파업에 참여했다. 그러나 조선업계 파업 참여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등 좀처럼 동력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날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노조는 4시간 파업을 벌이는 등 이틀째 파업을 이어갔다. 이들 노조는 오후 2시 울산 태화강 둔치에서 열린 ‘울산노동자 총파업대회’에 공동 참가해 연대투쟁을 벌였다. 현대차노조와 현대중공업 노조가 한 자리에 모여 공동 투쟁에 나선 것은 23년만이다. 이 대회에는 현대차ㆍ현대중공업 노조, 플랜트노조, 시민사회단체 등 1만여명(경찰 추산 6,000명)이 참가해 구조조정과 성과퇴출제(성과연봉제) 등 정부 노동정책을 규탄했다.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사회안전망이 전무한 나라에서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있다”며 “울산 노동자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심정으로 저항한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도 1만여명(경찰 추산 8,000명)이 참가한 ‘총파업-총력투쟁’ 집회를 열어 정부 노동정책을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이 집회에서 ▦성과퇴출제 폐기 ▦비정규직 보호 대책 마련 ▦한상균 위원장 석방을 촉구한 뒤 국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으로 행진을 벌였다. 민주노총은 이날 서울, 인천, 광주, 대구 등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총파업 투쟁대회를 열었다.
조선업종노조연대 노동자들도 파업을 진행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1만6,000명,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5,600명, 성동조선해양 노조 1,000명 등 2만3,000여명이 사업장과 경남 통영시 문화마당에서 4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이날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과 자구안 시행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쟁의행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계가 본격적인 여름투쟁에 들어갔지만 앞으로 또 다시 동시파업을 이어가는 등 동력은 얻기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노연 8개사 중 대우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STX조선, 현대삼호중공업 5개사 노조가 조합원 여름휴가와 쟁의권 미확보 등을 이유로 이날 파업에 불참했다. 특히 6,900여명의 노동자가 참여할 예정이었던 대우조선 노조은 채권단이 ‘파업참여시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압박하고 있어 쟁의돌입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대우조선 노조 관계자는 “각 사 사업장의 노사교섭 과정과 국민여론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향후 연대파업은 불확실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파업은 임단협 결렬, 구조조정 반대, 성과연봉제 퇴출 등 각각 성격이 다른데, 이를 계속해서 동시파업으로 이어가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특히 (귀족노조 비판을 받고 있는)현대차 노조와 벌이는 동시파업은 국민여론을 더욱 악화시켜 파업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노총은 22일 금속노조 총파업과 9월 2차 총파업-총력투쟁, 11월 민중총궐기를 이어갈 방침이고, 조선사 노조들은 다음달 17일 대표자회의를 열어 향후 연대파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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