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이 19일(현지시간) 전당대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대선 후보로 공식 선출했지만 이날 대회장의 실질적 주인공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다름 없었다. 공화당 주요 연사들은 트럼프 추대보다 민주당 클린턴 전 장관을 겨냥한 공격에 총력을 기울여 당내 분열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전당대회 이틀째인 19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퀴큰론즈아레나는 클린턴 전 장관을 향한 공화당 인사들의 비판 연설과 관중들의 고함으로 가득 찼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하차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클린턴의 행동과 인격에 책임을 물을 기회를 얻게 돼 기쁘다”며 최근 ‘이메일 스캔들’은 물론 국무장관 당시 시리아, 이란 등 분쟁과 관련해 내린 결정들을 비판했다. 크리스티 주지사가 청중을 향해 “(클린턴 전 장관이) 유죄인가, 무죄인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대의원과 청중은 “그녀를 감옥에 가둬라”고 수차례 외치며 가세했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역시 트럼프에 대한 지지 발언보다는 클린턴 견제에 힘을 쏟았다. 라이언 의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당선이 “실패한 체제의 중단이 아닌 오바마 대통령의 3번째 임기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샤론 데이 공화당 전국위원회 공동의장은 클린턴 전 장관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언급하며 “영부인이었던 클린턴은 남편에게 성적 학대를 당한 피해 여성들의 인격을 악랄하게 공격했다”며 “나는 언젠가 여성 대통령을 보기를 원하지만 힐러리 같은 여성은 아니다“라고 공세를 퍼부었다.
미 언론들은 이번 전당대회 풍경이 과거 대회들과 비교해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자당 후보를 부각시켜 지지 세력을 결집해야 할 전당대회의 황금시간을 상대당 후보 공격에 할애한 것은 그만큼 후보 지명 순간까지 공화당 분열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와 공화당의 간극은 어느 때보다 넓어졌다”며 “공화당이 한 목소리를 내는 유일한 순간은 클린턴을 비난할 때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트럼프 후보 지명은 초반 몇 개 주의 득표 상황만 점검한 후 박수로 후보를 추대하는 기존 방식과 다르게 전 지역 득표 상황에 대해 일일이 호명하는 방식을 거쳤다. 후보 지명을 위한 공개투표 ‘롤 콜’(Roll Call)에서도 전체 대의원 3분의1 이상인 721명이 트럼프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클리블랜드=조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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