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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의 MD신앙

입력
2016.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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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 미ㆍ소 간 핵 전쟁은‘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에 의해 억지됐다. 그 핵심 개념이 ‘상호확증파괴’(Mutual Assured Destruction. MAD)다. 적이 선제 핵 공격을 해도 살아남은 핵전력으로 적을 초토화할 보복능력을 입증함으로써 핵 전쟁을 억지하는 것이다. 1960년대 들어 탄도탄을 막는 요격미사일 개발로 MAD전략이 흔들리자 미국과 소련은 1972년 탄도미사일방어(Anti-Ballistic Missile. ABM)제한협정을 체결했다. 상대방 핵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 능력을 제한해 MAD개념이 계속 작동토록 보완한 것이다.

▦ 그러나 미국에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확 달라졌다. 1983년 발표된‘전략방위구상’(SDI)은 적 핵 공격을 완전하게 막아낼 방어체계 구축을 목표로 했다. 자국 안보를 적과의 불완전한 약속에 맡기는 대신 완전한 방패를 만든다는 생각은 조지 HW 부시, 클린턴 행정부를 거쳐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이르러 MD체제 구축으로 구체화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1년 ABM제한협정도 폐기했다. 무한 군비경쟁을 유발한다는 반대가 없지 않았지만 MD체제 구축은 이제 공화, 민주당 정부를 가리지 않고 미국에서 거의 신앙이 됐다.

▦ 적의 치명적 공격을 막아내면서 공격 능력을 갖추는 것은‘천하독존’의 유일패권국 지위를 확보한다는 의미다.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용인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동북아와 유럽 등 전 지구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국의 MD체제 구축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완전한 방패를 뚫을 수 있는 완전한 창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류역사 이래로 창과 방패의 싸움 즉 모순(矛盾) 대결은 일방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미국의 MD신앙이 허망한 이유다.

▦ 고고도 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는 미국이 추구하는 완전한 방패 MD체제의 중요부분이다. 한반도에 배치하는 사드도 북핵으로부터 한국 방위용인지, 주한미군 방어용인지 논쟁이 분분하지만 미국의 MD체제 일부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패권 강대국들 간 핵 전략 대결구도의 최전선에 서게 된 것이다. 한동안 소강상태였던 한ㆍ미ㆍ일 대 북ㆍ중ㆍ러의 신냉전 안보 장마전선의 활성화가 불을 보는 듯하다. 지정학적 숙명 속에 북한의 헛된 핵 야망이 불쏘시개가 됐지만 이런 선택밖에 없었을까.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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