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2인자 “실전 훈련 확대” 지시
관영매체는 애국주의 확산 나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갈수록 강경해지고 있다. 국제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영유권 부정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시위를 강화하고 내부 통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이 남중국해 전역을 대상으로 연이어 무장력을 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판창룽(范長龍)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은 최근 남중국해를 관할하는 남부전구(戰區)를 찾아 해상과 공중에서의 순찰ㆍ경계 강화와 실전훈련 확대를 지시했다고 관영매체들이 20일 전했다. 군 통수권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에 이어 인민해방군 2인자인 판 부주석의 지시는 미국ㆍ일본ㆍ필리핀 등의 군사 동향에 적극 대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신진커(申進科) 공군 대변인은 지난 6~11일 진행된 남중국해 군사훈련에 최신 전략폭격기 훙(轟)-6K 등이 대거 동원된 사실을 전하며 “남해(남중국해) 전투 순찰이 상시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남부전구 소속 남해함대는 존 리처드슨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중국을 방문한 와중에 지난 19일부터 사흘 일정으로 하이난다오(海南島) 인근 해상에서 재차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중국 지도부가 PCA 판결 이후 내부 기강잡기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지난달에 통과시킨 당원 문책 조례를 최근 공개하며 8,800만명의 당원을 향해 직무기강 확립을 촉구했다. 문책 조례의 핵심은 반복적인 직무상 과실이나 엄정한 기율 위반 등에 대한 선처 없는 처벌이다.
여기에 시 주석은 지난 18일 닝샤(寧夏)회족자치구를 찾아 민생을 점검하면서 1936년 대장정 당시 홍군(紅軍ㆍ인민해방군 전신)의 3대 주력부대가 결집했던 장타이바오(將台堡)를 방문해 기념비에 헌화했다. 시 주석은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적과 사투를 벌여 승리를 쟁취한 대장정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관영매체를 중심으로 한 애국주의 확산 조짐도 뚜렷하다. 인민일보는 지난 19일 남중국해 전문사이트 중국남해망(www.nanhainet.cn)을 개통했다. 남중국해의 연원과 여행ㆍ개발 등의 코너를 마련해 일반인들의 이해를 돕겠다는 취지이지만, 중국 당국이 그간 주장해온 일방적인 내용 일색이다. 신화통신과 중국신문망 등은 시 주석이 우산을 쓰지 않은 채 비를 맞으며 홍군 기념비에 헌화했다는 대목을 강조하기도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PCA의 판결 이후 중국은 전체적으로 남중국해에 대한 실효지배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서 “무력시위를 일상화하고 내부 단결력을 높이려는 건 ‘선제공격을 하진 않겠지만 유사시에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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