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쾌한 스펙터클과 비장한 액션을 갖춘 전쟁영화는 관객들의 눈을 쉬 끌어당긴다.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면 관객들의 상업적 기대치는 높아질 수밖에.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극장가 여름 흥행 대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 이유다.
총제작비 170억원(마케팅비 등 제외한 순제작비는 147억원) 가량을 쏟아 부으며 물량공세에 나선 ‘인천상륙작전’은 거대한 외피를 자랑한다. 배우 면면도 휘황하다. 할리우드 스타 리암 니슨이 맥아더 장군을 연기하고, 이정재가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적진에 비밀리에 파견된 첩보부대장 장학수로 변했다. 장학수의 첩보 활동을 저지하려는, 명민하고도 악랄한 인민군 방어사령관 림계진은 이범수가 맡았다. 박철민 정준호 김선아 등 주연급 배우들이 조연으로 힘을 보탰다. 화려한 외형을 자랑하는 ‘인천상륙작전’은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한 멀티플렉스에서 시사회를 열고 큰 덩치를 첫 공개했다.
영화는 제목이 뚜렷이 표명하듯 한국전쟁의 변곡점 중 하나였던 인천상륙작전을 배경으로 했다. 전세를 뒤집을 상륙작전 대상 지역으로 인천을 지목한 맥아더 장군, 작전의 암초들을 제거하기 위해 파견된 장학수 일행, 북한군 수뇌부와 달리 인천상륙작전에 대비하는 림계진의 활동이 맞물리고 맞서며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관객들의 예상대로 총격전이 연신 이어지고, 거대한 작전의 위용이 스크린을 장식한다.
◆ 한국일보 영화담당 기자가 본 ‘인천상륙작전’
※★다섯 개 만점 기준, ☆는 반 개.
덩치는 큰데 알맹이는 작더라
막대한 돈을 들이고 좋은 배우들을 모아 나온 결과물치고는 실망스럽다. 영화는 예상대로 어느 일방을 선인으로, 반대쪽을 냉혈한 악인으로 설정하며 애국주의로 흐른다. 애국을 손가락질해서는 안 되겠으나 애국과 재미는 별개. 선악의 구분이 너무 명확할수록 극적 긴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비장미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순국선열의 희생에 방점을 찍으며 영화는 예상했던 결말로 직진한다.
영화는 볼거리로 승부를 걸려는 듯 다양한 전투 장면을 선보인다. 술집에서 총격전이 펼쳐지고, 인천 시내를 트럭과 지프차가 질주하며 화려한 액션을 만들어낸다. 인천 앞바다를 채운 상륙선과 하늘을 덮은 폭격기들도 스펙터클을 구성하는 요소다. 여러 볼거리를 전시하나 기대보다 못하다. 이재한 감독의 전작인 ‘포화 속으로’의 전투 장면에 매료됐던 관객이라면 실망지수가 좀 높을 듯.
단호한 목소리로 노장군의 위엄을 보여주는 니슨의 연기는 명불허전. 이정재와 이범수도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낸다. 제작진이 관객보다 먼저 감상에 젖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줄 영화. (라제기 기자)
잘 만들어진 ‘반공 드라마’
이제는 잊혀진, 잘 만들어진 한 편의 ‘반공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1970~80년대에나 존재했을 법한 ‘공산당은 나빠요’ 식의 단순 논리를 100억원대의 제작비를 들여 111분이나 키워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 속에서 북한은 무자비하게 사람들을 학살하는, 포악하고 잔인한 사냥꾼일 뿐이다. 반면 인천 지역을 장악한 림계진 북한군 방어사령관에 맞서 첩보작전을 펼치는 장학수는 영웅 그 자체다. 모든 ‘반공드라마’가 그렇듯 이념으로 나뉠 수밖에 없었던 우리 민족의 서글픔과 한탄쯤은 깨끗하게 걷어낸다. 만약 젊은 층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마냥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관객의 무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할리우드 스타 니슨이 있으니까. 웅장한 음악과 함께 그가 쏟아내는 명언 퍼레이드는 받아 적을 준비부터 해두길. 그의 액션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주의사항: 맥아더가 16세 소년병과 첩보작전에 자원한 장학수를 통해 한국군에 감동하는 장면에선 손발 오글거림 주의. (강은영 기자)
리암 니슨 혼자만 멋있다
전쟁영화라기보단 첩보영화에 가깝다. 눈에 띄는 대규모 전투 장면은 없지만, 적진 깊숙이 침투한 해군 첩보부대원들의 활약상이 꽤 긴장감 있다. 특히 유엔군 사령부와 평양의 인민군 사령부가 인천상륙작전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내용으로 격론을 벌이는 장면의 교차 편집은 총성 없는 전투처럼 긴박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 단조롭다. 영화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경직돼 있기 때문이다. 인민군을 이념에 경도돼 인간성이 말살된 모습으로 그린다거나 인민재판 등의 장면을 통해 잔인성을 부각하는 장면이 반공주의 시대로 회귀한 듯한 인상을 준다. 적군이 이유 없이 악랄하다 보니, 아군도 이유 없이 선하기만 한 존재가 돼 버렸다.
영화는 지금 이 시대에 인천상륙작전을 되새겨 무엇을 얘기하려는 걸까. 아무래도 반전(反戰)의 메시지나 휴머니즘보다는 애국주의에 무게가 쏠리는 듯한데, 국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이 시점에 관객들이 애국심을 되새겨야 할 이유를 잘 모르겠다. 그나마 다행인 건, ‘꼰대’의 훈장질 수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멋있는 대사는 왜 니슨 혼자서 다 하는 걸까. 그리고 또 하나, 장학수의 어머니(김영애)의 애처로운 표정은 그냥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난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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