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처럼 섭씨 30도 이상의 고온 다습한 날씨 속에서 장시간 야외 경기를 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골프는 체력과 함께 집중력이 요구되는 종목이기 때문에 이 같은 악조건을 견디는 힘이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골프 선수들도 더위와의 싸움이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안시현(32ㆍ골든블루)이 무더운 날씨 탓에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기권하기도 했다.
그래도 경기만 꼬박 5시간, 준비와 연습까지 더하면 7~8시간을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보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위를 이기기 위한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물이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한다. 세계랭킹 3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도 “경기 도중 물을 많이 마시면서 열을 식힌다”고 말했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라운드 동안 수시로 물을 마셔줘야 한다는 것이다. 갈증을 느꼈다면 이미 탈수가 진행됐다는 신호다. 무더운 여름 18홀을 소화하는 동안 대략 4ℓ 가량의 땀을 흘린다. 같은 양의 물을 보충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몸무게의 2%에 해당하는 수분이 손실되면 경기력이 2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래서 선수들은 라운드 전 물을 충분히 마시고, 경기 도중에는 갈증이 나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물을 마시거나 준비해 온 과일을 먹으면서 수분을 보충한다. 땀과 소변으로 비타민C가 많이 배출되기 때문에 비타민제 섭취도 필수다.
수분 흡수만큼 중요한 것이 체감 온도를 낮추는 것이다.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고진영(21ㆍ넵스)과 김보경(30ㆍ요진건설) 등은 여름에는 얼음주머니를 미리 준비해 적극 활용한다. 이들은 경기 도중 틈이 날 때마다 얼음 주머니나 차가운 수건을 머리에 갖다 대며 열을 식힌다.
여자 선수들에게 부채는 여름 ‘잇템’(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아이템)이다. 윤채영(29ㆍ한화)과 양수진(25ㆍ파리게이츠) 등 패션 감각이 뛰어난 선수들은 부채로 더위도 식히고 패션 소품으로 활용하는 일석 이조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늘이 많지 않은 골프장에서 우산을 활용하는 것도 노하우다. 선수들은 이동할 때 우산으로 땡볕을 피한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기 위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것은 의상이다.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메시 소재의 모자를 쓰고 골프웨어도 흰색 등 밝은 색으로 바꾼다. 흰색 의상이 반사율이 높다는 건 상식이다. 땀 발산과 건조, 통풍 등이 뛰어난 냉감 재질 골프웨어도 필수 아이템이다. 지유진 롯데골프단 감독은 “여름에는 선수들의 체력이 안 떨어지게 물에 타 마실 수 있는 가루로 된 보충제나 에너지바, 바나나 같은 것을 수시로 많이 먹게끔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위를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마음 가짐이다. 박인비는 “덥든 춥든 밖에서 5시간 동안 경기해야 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올 여름, 선수들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건강을 지키며 라운드를 즐겨보자.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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