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큰 형님’ 이용득 의원, 1호 법안으로 발의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장에서는 눈에 띄는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청년유니온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회견이었는데요. 초선의원인 이 의원이 국회의원으로서 처음 발의하는 ‘1호 법안’인 ‘알바 존중법(근로기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설명하는 자리였습니다.
국회의원에게 첫 발의하는 법안은 상당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내가 만약 국회의원이 된다면 이 법안을 가장 먼저 발의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준비하는 의원들도 많습니다. 이 의원도 마찬가지였다고 합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한국노총 위원장을 세 번 지내는 등 30년 가까이 노동 운동을 하며 노동계의 큰 형님 역할을 해 왔다”며 “성과연봉제 등 노동계의 굵직한 이슈를 담은 법안을 준비 중이었고 노동계에서도 많은 요구가 있었다”고 전했는데요. 때문에 이 의원이 알바 존중법을 첫 법안으로 선택한 것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의원이 알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대 국회가 개원한 바로 다음날인 6월 1일 대형 패스트푸드점에서 배달 알바를 하던 박모(24)씨의 사망 사고를 뒤늦게 접하면서였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오토바이로 햄버거 배달을 하는 꽃다운 나이의 24살 청년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청년 유니온과 언론에서 이 청년의 죽음이 ‘30분 배달제’ 때문이라고 했고 직접 확인해 보니 없어졌다던 30분 배달제는 현실에 존재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일부 어른들과 대기업의 탐욕으로 청년들이 희생되고 있는 현실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결심했다”며 “특히 알바는 우리 청소년ㆍ청년들이 처음 접하는 일터인데 여기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큰 상처를 받게 될까 걱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의원은 특히 곧 여름 방학이 시작되면 수 많은 청소년, 청년들이 학비와 생계비 마련을 위해 ‘알바생’이라는 이름으로 알바 전선에 뛰어들 것이기에 지금이 이 문제를 제기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이 의원은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료를 받아보니 국내 대표적 대형패스트푸드 회사에서 배달업에 종사하며 최근 3년 간 목숨을 잃거나 부상해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만 223명”이라며 “그러나 산재 신청을 아예 못했거나 산재불승인 받은 사례까지 더하면 그 규모는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노동부는 교통사고의 경우 재해 조사 대상이 아니라면서 30분 배달제에 대해 어떠한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의원이 더민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15명과 함께 발의한 이번 법안은 청년 알바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첫 번째 법안이라고 하는데요. 그 내용을 보면 상당히 세밀한 부분까지 다뤘습니다. 알바생들이 대표적으로 문제점으로 꼽고 있는 ▲30분 배달제, 사업주의 사적 심부름 등 불합리한 업무 강요 금지 ▲폭언, 욕설 등 인권 적 권리 침해 금지 ▲임금 체불에 문제 제기를 하거나 진정을 하면 일부 사업자들이 보복성으로 동전으로 밀린 임금 지급하는 행위 금지 등에 초점을 맞췄다고 합니다. 또 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한 노동관계법령 교육 명령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도 포함했습니다. (▶ SNS에 털어놓은 알바생들의 애환)
이 의원은 한 달 넘게 청년 알바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청년유니온과 손잡고 법안을 마련했습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최저임금제 관련 토론회에 참여한 청년유니온 관계자에게 알바 문제를 다룬 법안을 함께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끝으로 “저는 조직화된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지만 노동의 권리가 소외된 사각 지대를 해소하는 것 또한 저의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라며 “앞으로도 청소년, 청년 노동자들을 위험하게 만드는 30분 배달제와 같은 부당한 영업 형태를 뿌리 뽑고, 노동부가 적극적으로 근로 감독을 할 수 있게 근로감독관 직무 규정 개정요구도 잊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평소 카리스마 넘치는 노동계의 큰 형님이었던 이 의원은 상업은행 노조 시절인 1985년 국내 처음으로 육아휴직제도 도입을 이끌었고, 2002년에는 은행이 앞장서서 토요일을 쉬는 ‘주5일 근무제’를 국내에 처음 시행하는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 국회의원으로서 자신의 첫 법안인 알바 존중법의 본회의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펼쳐 나갈 지 관심을 갖고 지켜 볼 일입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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