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 전임 이사장의 퇴진 과정에서 정치 논리로 오염된 국기원이 이번엔 안건‘날치기 통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국기원은 지난 14일 2016년도 제2차 임시이사회를 열고 홍성천(71)씨를 신규 이사로 선임한 뒤 만장일치로 신임 이사장으로 뽑았다. 홍 이사장은 국기원 공인 8단이다. 국기원 이사장은 재적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이사 중에서 선출하며 문체부 장관의 승인을 얻으면 취임하게 된다. 국기원은 전임 이사장인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16일로 임기가 끝나 이사장 자리가 비어 있었다. 당시 이사회에서는 홍성천 이사장을 비롯해 김영태 세계태권도연맹(WTF)전 집행위원, 최재무 국기원 기술심의회 의장, 홍일화 우리은행 사외이사 등 4명을 신임 이사로 선임했다.
그런데 이날 이사들에게 공지된 안건은 예산 전용, 기금 전용, 이사 선임, 이사장 선출의 건 등 총 네 가지였다. 그러나 통지한 안건과 무관한 기타 사항에서 관리단체로 지정된 서울시태권도협회(서태협)의 승품, 단심사권을 종전대로 유지시키기로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바른태권도시민연합회와 태권도미래창조시민연대는 15일 공동 성명을 통해 “모든 회의는 사전 통지한 부의 안건을 상정해 심의 의결하고, 중대 사안이 있을 경우에는 참석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 마땅한데, 이사로서 부끄럽고 통탄할 일임을 직시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들 단체는 “서태협의 심사권 회수는 지난 6월21일 대한태권도협회 이사회 결과 국기원에서 위임 받은 자체사업이므로 관리위원회와 상관없이 회수키로 결정하고 시행준비 중인 것은 태권도인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국기원 이사들만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원래 이사회의 기타사항은 사전 통지해 상정한 안건 외 해당단체의 발전을 위해 고견을 토론하는 사항이며 중대 사안을 의결하는 것은 위법한 행위다. 이들 단체는 “더구나 재판에 회부된 서태협 전 회장인 임 모씨(현 국기원 이사)가 기타사항에서 기습적 꼼수로 발의한 안건을 이사들이 거부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도적으로 동의, 제청하여 앞장선 것은 태권도인들의 지탄의 대상으로 격노케 하였음을 명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오현득 국기원 원장에게 책임을 물을 것과 책임자인 홍성천 신임 이사장의 승인을 보류할 것을 촉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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