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박농사 망친 농가의 기막힌 사연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박농사 망친 농가의 기막힌 사연은?

입력
2016.07.20 16:23
0 0

농민들“종묘장의 불량 종묘 때문” 주장

농진청도 “성장억제제 사용이 원인”

종묘장 “조사결과 못 믿겠다”불복

전남 영암군 시종면 한 비닐하우스에서 생육부진으로 망친 수박넝쿨을 제거한 모습 /2016-07-19(한국일보)
전남 영암군 시종면 한 비닐하우스에서 생육부진으로 망친 수박넝쿨을 제거한 모습 /2016-07-19(한국일보)

“한해 농사를 망쳐놓은 종묘장이 ‘모르쇠’로 일관하니 가슴이 미어터집니다”

20일 오후 전남 영암군 시종면에서 수박농사를 짓고 있는 A씨는 제철 맞은 노지수박 수확이 한창인 요즘 자신의 밭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만 나온다.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 B종묘장에서 구입한 수박 종묘가 생육이상 상태를 보이면서 열매가 열리지 않아 수확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에 A씨와 같은 종묘장에서 모종을 구입한 농민들은 농촌진흥청에 조사를 의뢰해 수박농사를 망친 원인이‘성장억제제 사용’일수도 있다는 결과를 통보 받고 종묘장측에 ‘사과’등을 요구했지만 모르쇠로 일관해 대체작물도 심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

A씨와 C씨는 지난 4월 5일 B종묘장에서 육묘한 수박묘(강력삼복꿀수박) 8,000주를 공급받아 6,600㎡의 노지와 비닐하우스 12동에 각각 심었다. 하지만 성장과정에서 입이 쭈글쭈글하고 생육이 비정상적으로 보여 7월 초 수확기를 앞두고 출하를 포기했다.

수년간 수박농사를 지어온 이들은 지난 5월 말 수박모종이 성장억제제 처리에 의해 이상증상을 발생한다고 생각하고 농촌진흥청에 원인규명을 의뢰했다. 이에 영암군농업기술센터와 농촌진흥청 관계자들이 현지를 두 차례 방문 조사를 벌인 결과, 수박 식물체에 대해 바이러스병 검정 결과 병원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간이 토양조사에서도 수박 생육에 이상증상을 일으킬 만한 요인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진흥청은 육모과정에서 처리한 성장억제제 영향에 의해 이상증상이 현재까지 지속되거나, 아니면 삼복꿀수박과 특성이 다른 품종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지난 6월 중순 종합검토 의견을 보내왔다.

사정이 이러하자 농민들은 B종묘장 대표를 찾아가 하소연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냉대뿐이었다. 종묘장측은 30년 넘게 농사꾼인 C씨에게“농사를 잘못 한 결과”라고 큰소리쳤다. C씨는“혹시 농사를 잘 못했나 하고 영양제 처리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수박 생육상태가 처음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농사포기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피해 농민 D씨는“강력삼복꿀수박 품종 특성상 수박이 길쭉해야 하는데 작고 쭈그러진 기형수박이 열려 팔지 못할 정도”라며“그나마 한 30%는 건졌는데 상품으로는 팔지 못할 정도이며, 귀농해서 4년째 수박농사를 했는데 실패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B종묘장 대표는“성장억제제를 기준치 이상 사용하지도 않았고 이게 원인이라면 전국의 종묘장은 운영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육모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농민들이 수박농사를 잘못 한 결과”고 주장했다. 또 “현재 농촌진흥청에 질의서를 보낸 상태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 구체적인 대답을 할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농업진흥청 관계자는“피해자의 수박은 강력삼복꿀수박 품종 특성과 달라 품종이 의심될 경우 국립종자원에 품종 진위를 의뢰할 수 있다”며“수박 육묘 때 모종에 성장억제제 처리는 호르몬 장해를 일으킬 위험성이 높아 처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우 기자 gwpar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