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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Language Fads(언어의 유행)

입력
2016.07.20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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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가 바뀌고 사람도 바뀌면 언어 또한 당연히 바뀐다. 변화의 기준이나 모멘텀은 논리나 법칙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Be 동사 am are is 등의 공통된 부정형을 놓고 17세기 초에는 am + not을 줄여 amn’t로 쓰자고 했지만 젊은 층에서는 동사 셋의 첫 글자만 모아 ai로 하고 여기에 n’t를 붙여 ain’t로 한 것인데 지금은 ‘If it ain’t broke, don’t fix it’(고장 나지 않은 것은 고칠 필요가 없다)처럼 멋진 줄임형으로 정착하였다. ‘You’re coming, aren’t you?’처럼 말하고 ‘He’s coming, isn’t he?’처럼 말하지만 ‘I’m coming, am I not?’처럼 말하는 사람은 없다. 비공식적으로 조합해서 쓰던 ain’t가 알게 모르게 정착한 것이다. 기독교의 주기도문을 보면 고전어판에서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고’를 ‘Not lead thou us into temptation’로 기록했는데 현대인이 보기에는 이건 언어가 아니라 기호나 수식어처럼 들린다. 그래서 나온 것이 ‘Don’t lead us into temptation’이고 이런 변화는 당연히 편리와 용이성 때문에 나온 결과다.

작게는 단어 하나의 변화가 큰 흐름을 바꾸기도 하고 문장 하나가 시대적 상징 표현이 되기도 한다. 옛날 기록을 보면 geek가 17세기에는 지금의 뜻과 달리 ‘괴짜’ ‘얼간이’ ‘미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무언가에 몰입해서 열정을 갖는 ‘열정적인 애호가나 전문가’를 의미한다. ‘Cool’은 의미도 좋고 유행어로서의 인기도 대단했는데 말끝마다 ‘Oh, Cool!’처럼 남용되다 보니 식상해지고 이제는 기본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사용을 자제하는 시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Awesome’이 유행을 하더니 이 말 또한 식상해져서 꺼리는 사람이 많아졌다.

단어 한두 개만 변하는 게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의 상투적 표현도 크게 변한다. 이발소에 가면 ‘How would you like your hair today?’ 같은 질문이 전통적이었지만 요즘엔 ‘How are we doing?’도 잘 쓰인다. 요즘 bar에 가면 서빙하는 여성이 ‘How is everything tasting?’처럼 말하는 경우를 자주 보는데 이런 반갑지 않은 질문이 ‘주문 더 하시지 않을래요?’처럼 들리기 때문에 손님들은 ‘Oh, everything is just fine.’이라고 응대한다. 어떤 회사에 전화를 걸면 ‘May I help you?’ 같은 고전 표현보다는 ‘How may I help you?’ ‘How may I direct your call?’(전화를 어디로 돌려 드릴까요?)처럼 묻는데 이런 문장은 최근의 표현법이고 패턴이다. 의상의 유행은 개성이라지만 언어의 유행은 참 어렵다. 따라 하자니 부화뇌동이고 무시하자니 외톨이처럼 느껴진다. 특히 젊은 층에서의 언어 유행은 가장 빠르게 전파되는데 지금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실시간으로 유행이 전파되고 있어 그 변화를 관찰이라도 해야 대화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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