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지-미우라 가즈요시(오른쪽)/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요코하마FC 페이스북 제공.
[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수십 년 동안 운동을 하며 살았다. 운동하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병지(46)는 지난 4월 본지와 인터뷰에서 '지금도 매일 운동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당시는 김병지가 소속팀 전남 드래곤즈를 떠난 지 4개월에 접어든 시점이었다. 무적 신분이었지만, 운동은 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일상'이었다.
김병지가 19일 은퇴를 선언했다. 아마와 프로를 합쳐 35년간의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병지는 축구계에서 손꼽히는 '자기관리의 달인'이다. 그는 2012년 3월 트위터에 "술을 21년간 마시지 않고 담배를 21년간 피우지 않으며 몸무게(78kg)를 21년간 1kg 이상 변화 없이 관리했더니 21년간 K리그에서 살아남았다"고 적어 화제가 됐다. 김병지가 46년 인생 통틀어 마신 술의 양은 어림잡아 한두 병에 불과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음주 파문에 휩싸였을 때도 대한축구협회의 조사를 받지 않았다. 평소 음주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병지의 자기관리 수칙은 약 100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그는 금주금연은 물론 평소 저녁 8시 이후 외출도 삼갔다. 24년 간의 프로생활에서 가장 빛나는 그의 기록 중 하나는 프로축구 통산 최다 출장(706경기)이다. 김병지는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한국에 김병지가 있다면, 일본에는 미우라 가즈요시(49ㆍ요코하마FC)가 있다. 미우라는 1990년대 일본 축구국가대표팀 간판 스트라이커로 활약했다. 김병지와 동시대에 일본 축구를 호령한 미우라는 지금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며 J리그 최고령 득점기록(49세4개월14일)을 보유하고 있다.
미우라의 자기관리 방식은 김병지와 사뭇 달랐다. 미우라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등 '흥(興)'이 많은 선수다. 미우라는 전성기였던 20대 시절 종류를 가리지 않고 술 두 병 이상을 가볍게 마셨다. 지난해 일본 방송에 출연해선 테킬라에 대한 애착을 드러내기도 했다. 데킬라는 용설란 수액으로 만든 멕시코산 술로 알코올 도수가 무려 40도에 이른다. 김병지로선 상상할 수 없는 도수다.
미우라는 언제나 축구를 즐겼다. 이른바 '카즈 댄스'라는 골세리머니는 그의 전매특허다. 미우라는 1993년 일본 J리그 베르디 가와사키 시절부터 득점 후 화려한 발재간을 곁들인 카즈 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카즈 댄스는 젊은 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4월 일본 미야기현을 방문했을 때 현지 문구점이나 서점에선 미우라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카즈 댄스를 추는 미우라의 형상을 나타낸 캐릭터 상품도 눈에 띄었다. 같은 달 26일 가판대에서 본 닛칸스포츠(9면)와 스포츠호치(7면) 등 현지 주요 스포츠신문에는 오쿠보 요시토(34ㆍ가와사키 프론탈레)가 카즈 댄스를 췄다는 이유로 미우라 사진이 크게 걸려 있었다.
김병지와 미우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과 일본에서 '축구 전설'의 경지에 올랐다. '롱런'한 둘의 축구 인생은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김병지는 한국 축구 최고의 골키퍼로 숱한 박수를 받으며 그라운드를 떠났다. 머지않아 미우라도 김병지만큼이나 많은 박수를 받으며 축구화를 벗을 수 있지 않을까.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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