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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이 보여준 84억원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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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준이 보여준 84억원의 가치

입력
2016.07.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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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준/사진=한국스포츠경제 DB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두산 투수 장원준(31)은 꾸준함의 대명사다. 화려하진 않아도 큰 기복 없는 모습으로 선발 마운드를 책임질 줄 안다. 좌완 최초로 7시즌 연속 10승까지 일궈내면서 그의 가치가 새삼 더 부각되고 있다.

장원준은 지난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5피안타 3볼넷 4탈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3패)째를 따냈다. 의미가 남다른 승리다. 그는 이 승리로 7시즌 연속 두 자릿 수 승리를 달성했다. 해태 이강철(10시즌•1989~1998년), 한화 정민철(8시즌• 1992~1998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이자 왼손 투수로는 최초의 대기록이다.

현역 투수 중에선 두산 외국인 니퍼트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6년 연속 10승을 세웠고, 롯데 송승준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연속으로 뒤를 잇는다. 삼성 장원삼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따냈으나 올해는 2승(7패)으로 부진하다.

2004년 롯데에서 프로에 입단한 뒤 2008년 처음으로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장원준은 이후 흔들림 없는 피칭을 이어왔다. 이닝 이터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내고 있다. 경철 야구단 복무 기간(2012~2013년)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1군에서 100이닝 이하를 던진 건 데뷔 첫 해인 2004년(84⅔이닝)뿐이다. 언제든 믿고 맡길 수 있는 확실한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다. 16경기에 나온 올해는 98⅔이닝을 소화했다.

'84억원의 가치'를 스스로 보여주고 있다. 장원준은 2014시즌 뒤 FA(프리 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두산으로 이적했다. 당시 두산이 역대 투수 FA 최다인 4년간 84억원을 장원준에게 안기자 '거품 논란'도 일었다. 투수 FA는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다는 점 역시 장원준에게 물음표를 붙은 이유였다.

하지만 장원준은 팀을 옮기고서도 꾸준한 피칭을 계속 이어나갔다. 이적 첫 해인 지난 시즌 30경기에 나와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08을 기록하며 제 몫을 했다. 169⅔이닝을 던지며 유희관에 이어 팀 내 최다 이닝 2위에 올라 '84억원의 사나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하지 않게 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 니퍼트와 마야, 그리고 마야의 대체 외인 스와잭 등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음에도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데는 장원준의 역할이 컸다. 두산의 투자에 장원준은 확실한 성적으로 응답한 셈이다.

아직 끝이 아니다. 장원준은 국내 최고 좌완으로 평가 받았던 류현진(LA 다저스)도 해내지 못한 7년 연속 10승 투수가 됐다. 류현진은 국내 리그 한화에서 2006년부터 6시즌 연속 10승을 올렸으나 2012년 9승에 그친 뒤 2013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장원준의 시선은 더 먼 곳을 향해 있다. 그는 "왼손 투수 최초의 기록이라 영광스럽고 기쁘다"며 "마음 같아서는 은퇴할 때까지 계속 10승을 하고 싶다. 이강철 넥센 코치님의 10년 연속 기록에 먼저 도전해 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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