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민아 "연습생 시절 구박받던 모습 떠올리며 연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민아 "연습생 시절 구박받던 모습 떠올리며 연기”

입력
2016.07.20 08:00
0 0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인 민아가 18일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공심이 가 써 화제가 된 '똑 단발 가발'을 벗고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민아는 "막상 가발을 벗으니 아쉽다"며 웃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인 민아가 18일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공심이 가 써 화제가 된 '똑 단발 가발'을 벗고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민아는 "막상 가발을 벗으니 아쉽다"며 웃었다. 신상순 선임기자 ssshin@hankookilbo.com

일자리를 찾지 못한 스트레스로 머리카락이 빠져 정수리가 하얗다. 병원에서 원형탈모 진단을 받은 그는 가발을 쓰고 다닌다. 취업이 안 돼 움츠려 지내다 보니 대인기피증까지 왔다. 사람이 많은 거리에서는 자전거에서 뗀 경적을 울리며 사람을 피해 다닐 정도다.

17일 종방한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여주인공 공심은 현실 속 ‘88만원 세대’의 자화상이다. 극중 공심을 연기한 걸그룹 걸스데이 멤버인 민아(23)는 19일 서울 논현동 한 웨딩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가수 데뷔를 꿈꿨던 연습생 시절 구박받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2010년 걸스데이로 데뷔하기 전 매일 같이 테스트를 받고 혼나기만 했던 고등학생 소녀 때 일이다. 민아는 JYP엔터테인먼트 오디션에서 떨어져 마음 고생을 한 적도 있다.

“제가 사회 생활을 해보지 않아 취업준비생의 고충을 완전히 이해한다고 하진 못하죠. 그래도 주위 취업 준비하는 친구들 얘기도 듣고, 제 옛 시절을 떠올리며 이해하려 노력했어요. 취업 준비생 그리고 신입 사원들의 고충을 공감하기 위해 드라마 ‘미생’도 찾아봤는데 도움이 됐고요.”

‘미녀 공심이’는 ‘갑질 논란’ 등 사회적 문제도 끊임없이 건드렸다.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공심이는 유명 로펌 사장의 아내(이혜숙)에 괜한 트집을 잡혀 “내가 누군지 아느냐?”고 윽박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따귀를 맞고 머리채까지 잡힌다. 비서를 뽑는 면접 시험장에서는 외모 지적을 받으며 성희롱도 당한다. 민아는 “주유소 폭행 장면을 찍을 땐 대본 상 울어야 하는데, 너무 화가 나 울음이 안 나와 재촬영을 하며 고생했다”며 “실제 나라면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었다.

SBS '미녀 공심이' 속 여주인공 공심이(민아)는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와 가발을 쓰고 다닌다. SBS 방송화면 캡처
SBS '미녀 공심이' 속 여주인공 공심이(민아)는 취업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와 가발을 쓰고 다닌다. SBS 방송화면 캡처

“공심이 가발 벗을 땐 번데기서 나비로 탈피하는 기분”

‘미녀 공심이’는 민아의 첫 주연 드라마다. 연기 경험이 일천한 걸그룹 멤버가 주연을 맡아 방송 전 주위의 기대 보다 우려가 컸다. 민아의 목소리가 허스키 해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 캐릭터에 잘 어울릴 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여러 우려를 딛고 민아는 공심이 캐릭터를 위해 아이라인도 지우고, 쓰레기 더미 안에 들어가는 등 몸을 아끼지 않는 열정으로 극을 무난하게 이끌었다. 민아의 활약과 드라마에 대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난 5월14일 8.9%(닐슨코리아)의 시청률로 시작한 ‘미녀 공심이’는 마지막회인 20회에 시청률이 15.1%까지 올라 유종의 미를 거뒀다. 민아는 “드라마 촬영 끝내자마자 카메라 뒤로 돌아가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 도망치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드라마 후반에는 빠듯한 촬영 일정에 나흘 동안 한 시간 밖에 눈을 붙이지 못해 체력적으로도 많이 흔들렸단다.

“특히 공항에서 안단태(남궁민)을 떠나 보내며 우는 장면을 찍을 땐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힘들었어요.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연기에 대한 부담이 정말 컸거든요. 마지막 회에서 첫 회 때 상황으로 돌아가 촬영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간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와 울컥하더라고요. 이렇게 사랑 받아 감사할 뿐이에요.”

공심이는 마지막 회에서 스스로 길을 찾아 디자이너로 자리 잡으며 가발을 벗는다. 꿈을 이룬 ‘88만원 세대’의 비상이다. 민아는 “꼭 번데기에서 나비로 탈피하는 기분이었다”며 힘줘 말했다.

“20회 동안 썼던 가발을 마지막에 벗는데,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취업을 못해 고민하고 심지어 가족을 피해 옥탑방에 혼자 살며 사회 부적응자처럼 보였던 공심이였잖아요. 씩씩하고 밝게 버텨줘, 저도 위로를 받았어요. 이제 와서 말이지만, 가발 쓴 채로 연기하는 게 솔직히 불편했어요. 한 여름에 촬영하다 보니 머리에 땀도 차고 때론 현기증도 났고요. 처음엔 4회까지만 쓰기로 했다가 시청자 반응이 좋아 20회까지 쓰게 돼 중간에 속으로 살짝 툴툴댔는데, 막상 벗으려고 하니 아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하하하.”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공심(민아)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진 뒤 쓰레기봉투더미 위에 누워있다. SBS제공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속 공심(민아)이가 쓰레기봉투를 뒤진 뒤 쓰레기봉투더미 위에 누워있다. SBS제공

다리 멍 들고 손가락 인대 늘어난 민아 “새 활력 찾아”

두 달 넘게 공심이로 산 민아도 부쩍 자랐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민아를 보니 오른쪽 허벅지는 퍼렇게 멍이 들어 있었다. 무릎도 까졌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인대도 늘어났다. 모두 ‘미녀 공심이’ 촬영을 하다 다친 것이란다. 민아는 오히려 “공심이 상처”라며 환하게 웃었다. 연기를 하다 자신의 몸에 난 상처를 ‘훈장’처럼 여기는 눈치였다.

“가수 생활 7년 하면서 내 모습이 늘 똑같은 것 같아 질려있던 상황이었어요. 여름 되면 짧은 바지 입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고…. 걸그룹 생활이 좀 패턴화돼 있잖아요. 그러던 차에 연기를 위해 쓰레기 더미에도 들어가고 망가져 보기도 해 재미있더라고요. 다시 활력을 찾았다고 할까요? ‘미녀 공심이’로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구나란 자신감이 생겼어요.”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를 끝낸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 신상순 선임기자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 를 끝낸 걸그룹 걸스데이의 민아. 신상순 선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