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대마진 이익기반 흔들려 생존 위기
멤버십 포인트로 은행ㆍ카드ㆍ증권 시너지
비대면 고객 잡으려 모바일 플랫폼 출시
자산관리 문턱 낮춰 고객층 확대 노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이 분주하다. 금리 차이에 기댄 전통적인 이익기반이 뿌리째 흔들리자 생존을 위해 새 먹거리를 찾아 나섰다. 예전처럼 지점에 찾아오는 고객을 기다려서는 도태되기 십상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새로 구축하고, 인공지능 자산관리를 도입하는가 하면 정체돼 있던 해외사업을 재정비하고 벤처기업 육성에까지 나서고 있다. ‘멈추면 죽는다’는 절박함으로 뛰고 있는 은행권의 변화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지금까지 멤버십 포인트는 카드사나 통신사, 혹은 유통업계의 사업영역이었다. 그런데 요즘 포인트에 사활을 건 곳들이 있다. 은행을 비롯해 여러 개의 금융사를 거느리고 있는 금융지주사다. 하나금융이 작년 10월 하나멤버스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신한 FAN클럽(신한금융) 위비멤버스(우리은행) 등이 차례로 출시됐다. KB금융도 오는 9월쯤 ‘KB멤버스(가칭)’를 내놓을 예정이다.
통합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는 특정 금융지주 계열사들의 금융상품(은행, 증권, 카드, 보험 등)을 이용하면 포인트를 주고, 이런 포인트를 현금처럼 쓰거나 자동화기기(ATM)에서 출금할 수 있게 한 서비스다. 여기에 각종 캐시백 포인트와 항공사 마일리지, 통신사 포인트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 고객 반응도 뜨겁다. 하나멤버스는 회원 수가 벌써 560만명(15일 기준)에 달하고 있고, 신한 FAN클럽 역시 출시 한달 여 만에 회원 수 55만명을 돌파했다. 최규원 KEB하나은행 디지털마케팅 부장은 “금리가 너무 낮다 보니 과거의 금리우대 혜택 등 은행 간의 차별화 전략이 잘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핀테크(금융+IT)와 결합한 통합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를 내놨다”고 말했다. 은행과 카드, 증권, 저축은행 등 지주회사 계열사들의 시너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통합 멤버십 포인트 서비스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다.
모바일 플랫폼 역시 비대면 고객이 크게 늘어난 환경에서 새로운 고객 모으기 전략으로 활용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은 채팅, 경조금 보내기, 환전, 자동차 금융 등 고객들이 일상 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담고 있는 모바일 뱅킹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고정현 우리은행 플랫폼 사업부 본부장은 “2010년 18% 정도였던 비대면 거래 고객 비중이 최근엔 92%까지 치솟으면서 은행들 입장에선 그만큼 신규 고객 유치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편리한 서비스로 플랫폼에 머무는 고객 수를 늘리면 그만큼 신규 고객 창출에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우리은행이 위비뱅크를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신한은행(써니뱅크), 하나은행(1Q뱅크), 국민은행(Liivㆍ리브)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모바일 플랫폼을 내놓으며 경쟁적으로 회원 수를 늘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자산관리(WM) 분야 역시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사업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 분야다. 연 1%대 예ㆍ적금 금리 만으로는 고객의 발길을 붙잡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본시장, 보험 등 경계를 허문 종합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고객층을 넓히고 계열사 간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 은행들의 전략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은 고액 자산가 위주로 제공했던 WM서비스의 문턱을 잇달아 낮추며 대상 고객 범위를 넓히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WM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고객의 범위를 금융자산 1억원에서 3,000만원으로 내렸고, 신한은행(3억→1억원)과 우리은행(1억→5,000만원) 등도 금융자산 기준을 하향 조정했다. 임범준 신한은행 WM사업부 부부장은 “최근 WM분야에 적극적으로 접목되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로봇+자문가) 역시 투자자문 서비스 단가를 낮춰 보다 많은 고객들에게 WM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시도”라고 말했다.
익숙한 금리 영업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은행권의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기 저금리ㆍ저정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은행 이자수익을 결정 짓는 핵심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역대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로 잠재 고객 수까지 감소하면서 새 수익원을 찾아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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