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삼동 1300억원 땅 왜 구입?
판교 신사옥 건립 중에 중복 투자
넥슨이 상속세 문제 해결해준 셈
3000억 두고 매입비 왜 대출?
日은행서 채권 담보로 1950억원
넥슨재팬서 부동산 투자 반발하자
“서울에 직원 많아…” 군색한 해명
1년 4개월 만에 왜 되팔았나?
세금ㆍ금융이자 합하면 결국 손실
넥슨 “환율 좋아 70억 남아” 주장
우병우(49ㆍ사법연수원 19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와 넥슨코리아(넥슨)의 2011년 서울 강남역 일대 1,300억원대 부동산 거래를 둘러싼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극히 정상적인 거래였다”는 당사자들의 한결 같은 해명에도 불구, 결과론적으로 보면 상속세 납부 문제를 해결한 우 수석 측만 혜택을 입었을 뿐 넥슨 측에는 ‘불필요한 거래’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정주(48) NXC(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우 수석의 2년 후배인 진경준(49ㆍ21기ㆍ구속) 검사장의 사실상 ‘스폰서’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이 의심을 키우고 있다. 당시 해당 부지를 3년 가까이 팔지 못해 곤란을 겪던 우 수석 처가의 ‘구원 투수’ 역할을 넥슨이 떠맡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판교에 사옥 지으면서 왜 또 샀나
가장 큰 의문점은 넥슨이 도대체 왜 이 땅을 사들였느냐는 점이다. 넥슨은 이미 판교에 신사옥 건설을 추진 중이었던 2011년 3월, 우 수석 처가로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20 일대의 토지 4필지(3,371.8㎡ㆍ1,020평)를 또 다시 ‘사옥 건립’ 목적으로 매입했다. 토지 매입가만 무려 1,325억 9,600만원에 달했다. 일종의 중복 투자였던 셈이다.
게다가 넥슨은 이를 위해 일본의 은행에서 토지 매입 비용을 빌리기까지 했다. 2011년 10월 넥슨은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과 채권최고액을 130억엔(당시 환율 기준 1,950억원)으로 하는 담보 설정 계약을 맺었다. 이 때문에 당시 담보를 제공했던 넥슨재판 측이 “왜 게임산업도 아닌 부동산에 투자하느냐”고 반발하는 등 내부 의견대립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서울 거주 직원이 상당수였던 데다, 대관ㆍ홍보업무 등을 위해 판교뿐 아니라 서울에도 사무소를 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보유현금이 3,000억원 정도 있었으나 건축비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가량이 투입된다고 분석돼 토지 매입비는 차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내부 의견 차이에 대해선 “당시만 해도 판교 신사옥이 전체 직원 1,000명을 다 수용할 수 있을지 불확실했고 판교의 인프라도 좋지 않았기에 서울에도 일부가 남아 있는 방안을 검토하다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실 봐가면서 사고 팔았나?
넥슨은 그러나 불과 1년 4개월 만인 이듬해 7월 서울 사옥 프로젝트를 접었다. 이에 앞서 넥슨은 2012년 1월 역삼동 825-19 토지(133.9㎡ㆍ40평)도 100억원에 추가로 매입했는데, 이 땅과 기존에 사들였던 4필지를 한데 묶어 1,505억원에 개발시행사인 R사에 되판 것이다. 총 5필지의 매입가 1,426억원과 취ㆍ등록세 67억 3,000만원, 그리고 금융이자 비용 등까지 합하면 결국 20억~3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넥슨 입장에서는 하나도 득이 될 게 없는 토지 거래였던 셈이다.
넥슨은 “실제로는 차익이 70억원 정도 남았다”는 입장이다. 넥슨 관계자는 “부동산 매입ㆍ매수는 건물 단가로만 판단하지 금융비용까지 포함하지는 않는다”며 “더구나 일본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던 때는 환율이 떨어졌던 시기라, 엔화 기준으로 보면 환차익으로 70억원 정도 이득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중개인 왜 감추고 거래 신고했나
우 수석 측과 넥슨 측이 관할 구청에 중개인 없이 ‘당사자 거래’를 했다고 허위신고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18일 의혹이 제기된 직후 우 수석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10억원 정도의 중개수수료도 지급하고 정상적으로 팔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들이 서울 강남구청에 제출한 부동산 거래신고서에 공인중개사 이름은 빠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공인중개사가 거래를 중개했을 경우 해당 중개사가 실거래 가격 등을 60일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 수석 측과 넥슨이 실거래가보다 가격을 낮춘 ‘다운계약서’를 작성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넥슨은 시행사인 M사를 통해 거래를 진행한 것이므로 실제로 중개인이 없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정보만 담은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매도자 쪽에 보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매도자 쪽은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중개사를 기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우리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이태무 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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