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이 뒤틀리는 유전병을 앓고 있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며 “살고 싶다”는 절박함을 드러냈다. 8ㆍ15 특사를 위해 재상고도 포기했다.
CJ그룹은 19일 이 회장의 병세가 급속히 악화해 신체적ㆍ정신적으로 더 이상 재판을 진행할 수 없다고 판단, 대법원에 상고 취하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1,600억원대의 조세포탈ㆍ횡령 등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기소된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받자 재상고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박근혜 대통령이 8ㆍ15 특별사면을 예고한 뒤 재상고 포기 여부를 놓고 고심하기 시작했다. 재상고를 포기해야 형이 확정되고, 형이 확정돼야 특사 검토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상고를 포기한다고 해서 반드시 사면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고 재상고 판결을 기다리자니 혹시 모를 사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 회장은 결국 재상고 포기를 선택했다.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 샤르코 마리 투스(CMT)를 앓고 있는 이 회장의 건강이 최근 극도로 악화, 일상생활 유지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CJ는 이날 법원에 제출한 의사 소견서에 포함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이 회장의 손은 엄지와 검지 사이 근육이 모두 빠지고 손가락이 굽어 있다. 발도 발등은 근육이 위축돼 솟아올랐고 발가락은 꺾여 있다. 종아리는 뼈만 남아 앙상했다.
CJ에 따르면 이 회장은 단추 잠그기 같은 손 동작도 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젓가락질도 안돼 포크를 사용하고 있다. 종아리 근육이 2012년보다 4분의1 이상 빠지면서 체중이 양쪽 무릎에 실려 부축 없이 혼자서는 걷지도 못한다.
2013년 8월 부인으로부터 이식 받은 신장 거부반응도 병세를 깊게 하고 있다. 간 수치 악화, 부신부전증, 입안 궤양, 고혈압 등 면역 억제제에 의한 부작용이 적잖다. 특히 입 안 궤양은 병원균의 침투를 쉽게 해 전신 감염의 위험을 높이는 만큼 전문시설을 갖춘 곳에서 무중력치료나 수중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게 의료진 소견이라고 CJ는 설명했다.
이 회장은 심리적 불안과 공포에도 시달리고 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투병과 재판을 병행한 이 회장은 건강 문제로 지난해 8월 별세한 부친 고 이맹희 CJ명예회장의 빈소도 지키지 못했다. 파기환송심 직후 어머니 손복남 CJ그룹 고문까지 뇌경색으로 쓰러지자 이 회장은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한때 음식과 치료도 거부했다. 통상 신장 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면 식욕이 증가해 살이 찌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이 회장은 60㎏을 넘던 체중이 52㎏으로 줄었다. 이 회장은 최근 가족들에게 “내가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 살고 싶다”고 토로했다.
CJ 관계자는 “기업 총수이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생명권과 치료권을 보장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다시 감옥에 수감된다면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날 검찰에 형집행정지 신청서도 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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