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로부터 우리민족과 함께해 온 소나무는 장수와 절개를 상징하며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왔다. 하지만 조상들은 부부애를 이야기할 때도 곧잘 소나무와 비교하기도 했다. 그래서 늘 한결같이 푸른 소나무는 전통 혼례를 치를 때 대례상에 올린다. 이때 소나무는 변함없는 마음을 상징하며 부부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이런 연유로 다정히 서 있는 소나무를 보면 ‘부부송(松)’이라고 이름을 붙이곤 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경남 하동군 악양 평사리 벌판에 서있는 소나무다.
언제부터인가 악양 주민들은 이 두 그루의 부부송을 소설 속 주인공인 서희와 길상의 이름으로 불렀다. 수령이 200년 정도인 두 소나무는 서로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정답게 서 있어 서먹서먹한 노부부들도 그 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새로운 부부애가 생겨난다고 한다.
새벽 운무가 산허리를 휘감고 떠난 푸른 들녘에서 금슬 좋은 부부송을 바라보니 애틋한 사랑을 나누던 서희와 길상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 속에 진한 잔상이 남는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