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지중ㆍ고에서 공부하는 팔십 먹은 학생입니다. 우리 만학도들의 소박한 꿈은 그저 마음 편히 행복하게 공부하는 것입니다. 제발 우리 학교 좀 살려주세요.”
뜨거운 뙤약볕이 내려 쬐는 19일 오전 10시 30분쯤. 힘겨운 몸을 이끌고 대전시교육청에 선 임한연(야간 중3)씨는 마이크를 붙잡고 학교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낭독했다.
이날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들로 꾸려진 예지중ㆍ고 정상화추진위원회는 2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또다시 대규모 집회를 가졌다.
학생과 교사들은 재단 측과 갈등을 거듭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몇 달 간 시교육청과 교육부까지 찾아가 시위를 한 끝에 얼마 전 시교육청의 학교 정상화 방침을 이끌어 내 시위를 중단했다. 시교육청은 정상화추진위의 의견을 반영해 이달 초 예지재단에 한 달의 유예기간을 주면서 학교 정상화에 나서도록 했다. 학사파행이 계속되면 이사진 전원을 퇴진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교육청의 방침에 재단 측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되려 큰 소리를 쳤다. 학사 일정은 안중에도 없는 일방적 조기 방학 결정을 구실로 학교의 잠금 장치까지 교체하며 기습적으로 문을 걸어 잠갔다. 결국 학생들은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날 임 씨 등 4명의 학생은 호소문을 통해 “박규선 전 교장 겸 이사장은 학교를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우리 꿈을 빼앗았다”며 “나쁜 이사들과 교장을 쫓아내고 마음 편하고 즐겁게 공부하게 해 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학생들은 박 전 교장 겸 이사장의 상식 밖 갑질 행태와 시교육청의 엉터리 감사, 재단 측의 보복성 교사 징계, 범죄 전력이 있는 교장(유정복 이사) 임명과 학사운영 파행 등을 맹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우리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비리 재단 이사진을 모두 쫓아내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날까지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진실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목을 놓아 외쳤다.
이들은 또 “재단이 임명한 교장은 멋대로 조기방학을 발표해 고3 학생들의 대학 수시모집 응시를 어렵게 만들었다”며 “이런 자들이 무슨 학교를 경영하는 교육자냐”고 따졌다.
호소문을 읽던 학생들이 감정이 복받쳐 눈물을 흘리자, 시위에 나선 학생들도 흐느끼며 학교 정상화를 소리 높이 외치기도 했다.
학교 파행이 악화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학사 운영은 학교장의 권한으로, 교육청에서 방학 문제나 학교 잠금 장치를 마음대로 열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글ㆍ사진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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