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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대표하는 모델, '어리거나 친근하거나'

입력
2016.07.19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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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은행들을 대표하는 얼굴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시중은행들은 각 은행에 부합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 10대 걸그룹부터 90대 고령 탤런트까지 톡톡 튀는 모델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사의 광고는 일반적으로 수익을 내기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상품 광고보다는 좀 더 신중히 광고모델을 선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최근 은행권의 광고모델 트렌드가 기존의 안정감있는 중장년층 모델에서 벗어나 나이가 어리거나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

■ 어린 모델들로 2030 고객 잡고

지난 5월 KB국민은행은 '국민이 뽑은 소녀들을 국민은행의 광고모델로'라는 콘셉트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를 광고모델로 발탁했다.

KB국민은행이 걸그룹을 모델로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무엇보다도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아이돌을 광고모델로 삼은 것은 예외적인 경우라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 KB국민은행 광고모델 아이오아이(I.O.I). 사진=KB국민은행

아이오아이(I.O.I)는 지난 4월 종영된 엠넷의 '프로듀스101'에서 데뷔의 꿈을 이룬 프로젝트 걸그룹이다. 국민들의 투표로 무대에 서게 된 만큼 '국민 걸그룹'이라는 호칭이 붙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이오아이(I.O.I)는 2030 고객들이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뱅크, 락스타 등 젊은 브랜드 광고에서 활약할 예정이다"며 "젊고 활기찬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달 30일 통합 포인트 서비스 '판(FAN)클럽'을 출시하며 10대 배우 김유정을 모델로 발탁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배우 김유정은 아역배우에서 출발해 좋은 이미지로 관객과 국민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성장했다"며 "신한FAN클럽도 고객과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고 사랑을 받아 성장하겠다는 의미로 김유정을 선정했다"고 모델 발탁 이유를 밝혔다. 앞서 신한은행은 신한은행의 모바일뱅크 '써니뱅크'의 모델로 걸그룹 소녀시대 써니를 선정한 바 있다.

▲ 신한금융그룹 '신한FAN클럽' 광고모델 김유정. 사진=신한금융지주

비교적 어린 모델을 선택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이러한 결정은 트렌드를 놓치지 않고 젊은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아이오아이의 경우 이들이 홍보하는 주요 서비스가 모바일뱅크라는 점에서 브랜드 친숙도를 높이는데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 친근한 모델들로 전 세대 고객 잡고

어린 모델보다는 전 세대에게 친근한 연예인을 은행의 얼굴로 앞세운 은행들도 있다.

올해 2월부터 국민MC 유재석을 모델로 홍보를 펼치고 있는 우리은행이 그 예다. 광고에서 유재석은 갑작스럽게 대출이나 환전 등의 금융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위비톡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는 상황을 익살스럽게 소개한다.

▲ 우리은행 광고모델 유재석.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 관계자는 "보수적이고 고객의 연령대가 다양한 은행은 고객의 신뢰감을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기관리가 철저한 광고모델을 찾다보니 유재석을 광고모델로 선정하게 됐다"며 "그동안 은행들이 이미지 광고에 치중했다면 유재석을 활용한 광고는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사용할 수 있는 모바일메신저 위비톡에 집중해 고객들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도 우리은행과 같은 전략을 쓰고 있다.

유재석만큼 국민들에게 친근한 얼굴인 방송인 송해를 모델로 발탁해 '기업만 거래하는 은행'이라는 딱지를 떼고 '국민 모두가 거래하는 은행'으로 거듭났다. 송해를 새 얼굴로 앞세운 2012년부터 기업은행은 소탈하고 친절한 은행이라는 이미지를 유지 중이다.

▲ IBK기업은행 광고모델 송해. 사진=IBK기업은행

2012년 당시 송해의 발탁은 파격적이었다. 경쟁사 은행들은 김연아, 이승기, 하지원 등 젊고 유명한 빅스타를 내세우고 있었기 때문에 은행 내에서도 이견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2012년 광고 호감도 조사에서 기업은행은 77.4%의 지지로 1위를 기록했고, 이듬해 은행 인지도 조사에서도 49%까지 수직 상승하는 '대박' 신화를 썼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송해씨는 세대를 뛰어넘어 사랑받는 방송인이기도 하고 고령이지만 여전히 활동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의 송해씨와 기업은행의 이미지를 일치시켜 회사의 인지도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송해씨를 모델로 발탁한 의도였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도 친근함에 중점을 두었지만 기존의 은행들이 기용했던 중후한 남성 모델을 그대로 사용한 예에 속한다.

KEB하나은행은 옛 하나은행과 옛 외환은행의 IT시스템 통합을 기념하여 지난 달 1일부터 더 크고 편리해진 KEB하나은행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신규 TV광고 'ㅎㅎ'편을 론칭했다. 하나은행의 '하'에서 따온 'ㅎ'과 외환은행의 '환'에서 따온 'ㅎ'이 합쳐져 사람들의 웃음을 상징하는 의성어 '하하'로 바뀌는 것으로 광고가 시작된다.

KEB하나은행이 앞세운 모델은 배우 안성기다.

▲ KEB하나은행 광고모델 안성기. 사진=KEB하나은행

은행의 이미지와 배우로서 안성기의 대표성, 신뢰성, 대중성이 가장 부합한다는 평가에서 발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광고에서 안성기는 기존의 중후하고 부드러운 광고 속 이미지에서 벗어나 'ㅎㅎ' 댄스를 추는 등 다소 파격적이면서도 밝은 모습을 통해 새로워진 KEB하나은행에 맞는 신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표현했다.

NH농협은행은 지난 2013년부터 야구선수 류현진과의 모델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농협은행은 애국심과 의리에 바탕에 두고 홍보모델을 발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첫 계약 당시 류현진은 여러 은행으로부터 모델 계약을 제의받았지만 NH농협은행을 선택했다.

▲ NH농협은행 광고모델 야구선수 류현진. 사진=NH농협은행

NH농협은행 관계자는 "류현진 선수가 농협은행을 선택한 것은 100% 순수 국내 자본으로 설립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모델 계약 기간이 끝난 지난해 부상으로 결장한 류현진을 재기용한 이유도 류현진에 대한 농협은행의 강한 믿음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현진을 모델로 앞세운 덕분에 NH농협은행은 효과를 톡톡히 봤다. 2014~2015년 2년 연속 브랜드 선호도 1위에 올랐고 '믿고 기다려주는 은행'이라는 믿음직한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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