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공격도 불사” 단호한 의지
47조원 규모 핵잠 교체 하원 승인
테리사 메이 영국 신임 총리가 취임 후 첫 의회 표결에서 핵잠수함 현대화 사업을 통과시키며 성공리에 신고식을 마쳤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제기된 영국의 위상 저하에 관한 우려를 의식한 듯 핵 억지력에 대해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메이 영국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하원 표결에서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현대화’ 관련 안건을 찬성 472표, 반대 117표로 최종 승인 받았다. 통과된 의안에 따르면 영국은 현재 보유한 뱅가드급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4척의 교체를 위한 준비 절차에 돌입하는 동시에 독립적인 핵 억지력을 영국의 안보 필수사항으로서 인정, 유지하게 된다. 메이 총리는 “반세기 동안 영국의 국가 안보에 절대적인 역할을 한 핵 억지력을 포기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선택”이라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핵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강력한 발언을 내놓아 집중 조명을 받았다. 그는 조지 케러반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의원이 “10만명의 무고한 시민을 죽일 수 있는 핵 공격도 승인할 준비가 돼 있냐”고 묻자 “그렇다. 핵 억지력의 초점은 적으로 하여금 우리가 핵 무기를 사용할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음을 알게 하는 데에 있다”며 단호한 태세로 맞섰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역시 러시아와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며 총리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영국 하원은 5시간의 격론 끝에 의안 통과에 합의했다. 집권 보수당 의원들은 브렉시트 투표 이후 추락한 당의 이미지 회복을 위해 찬성 측에 몰표를 던지며 통합을 강조했다. 노동당 또한 230명 의원 중 과반이 찬성 입장을 표명했지만 제러미 코빈 당대표는 동료 의원 40여명과 함께 “브라질, 리비아처럼 핵 프로그램을 포기함으로써 영국이 군비 축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따라 영국 정부는 최소 310억파운드(약 47조원)의 비용이 예상되는 트라이던트 핵잠수함 교체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트라이던트 핵잠수함은 사거리 1만2,000㎞의 미사일 8기와 핵탄두 40개를 탑재한 함정으로 2028년 교체를 앞두고 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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